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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킴 May 18. 2024

독서의 향기(1)

1. 책의 냄새

 헌책방에는 오래된 책 냄새로 가득 차 있다. 이 냄새는 책들이 시간을 견뎌내며 내뿜는 책의 서취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낡은 종이의 냄새다. 많은 것들이 시간에 의해 마모되고 마멸되며 부식되고 부패한다. 책도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책은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치를 더한다. 외형적인 것보다 그 안에 각인된 의미가 책의 본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는 헌책방에서 후각을 통해 느껴지는 책 냄새가 꽃이나 향수처럼 향기롭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헌책방의 냄새는 오래된 나무의 냄새 같다. 향기롭기보단 무미건조하고, 부드럽기보단 텁텁한 냄새이다. 그럼에도 나는 헌책방의 냄새를 좋아한다. 헌책방 냄새가 좋은 것은 물리적으로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헌책방 냄새가 향기로운 건 향을 뿜는 주체가 책이기 때문이다. 향을 뿜어내고 있는 책에 대한 기억, 책이 담고 있는 의미가 상상되기 때문에 향기롭다고 느낀다.         


 사람의 체취는 향수로 가릴 수 있다. 자신의 기호에 맞는 향수를 뿌려 원하는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정신의 향은 연출할 수 없다. 몸에 뿌리는 향수처럼 나를 가려주고 연출할 도구가 없다. 좋은 습관, 좋은 생각, 좋은 삶만이 나의 정신을 향기롭게 만든다. 그렇다면 나의 정신을 어떻게 향기롭게 만들까. 이 바탕에는 독서가 있다. 고전, 명저들을 읽으며 작가들의 사유를 곱씹을 때 퍼져 나오는 향기를 느끼는가. 문장마다 머금고 있는 작가 내면의 향기를.       


 독서의 향기는 오래도록 남는다. 지속성이 있다. 무상하지 않다. 이 말인즉, 독서를 하면 삶의 안팎으로 오래도록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시간을 들여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독서하는 시간은 밀도가 높다. 반대로, SNS를 하고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며  지낸 시간은 대체로 허망하다. 목적이 있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흥미, 자극적인 동영상 위주로 보며 끝없는 링크를 따라 흘러들어 간다. 헤어 나올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하루 종일 탐닉한다. 신종 마약이다. 이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몸과 정신의 고갈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는 아날로그, 디지털 모두 필요하다. 이 둘을 적절히 배합하여 사용해야 한다. 만약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독서가 먼저다. 독서와 같은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야 제대로 정신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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