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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킴 May 18. 2024

독서의 향기(3)

3. 독서는 마음을 지켜주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누구나 사는 것이 힘겹고 버거워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추스르거나, 스스로 다독이곤 한다. 친구를 만나 소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운동을 하며 털어내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독서를 한다.


 힘들 때 읽는 책은 마음을 지켜준다. 상처에 신음하는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마음이 힘든 날,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위로를 얻는다.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힘든 환경에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고 용기를 내었던 사람들을 보면 나도 같이 힘을 얻는다. 인간의 삶이란 것은 모두 모양새가 비슷하다.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읽고 극복 과정을 읽는다면, 우리는 삶을 예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처의 인문학>에서 김욱 작가는 말한다.    

  

 세상의 빛이 드리워지지 않는 어두컴컴한 작은 방에서 누군가는 내가 목격하고 있는 절망의 아우성과 거기서 피어나는 인간의 정념을 한 치의 거짓된 속삭임 없이 드러내어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것이 문학이며, 이를 곁에 두었을 때 우리는 나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상처에서 회복되는 힘을 얻는다. 이름 모를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거대한 장벽 너머에 펼쳐진 새로운 무대를 손에 넣을 수가 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에게 공감하며 감격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상처의 인문학, 김욱>     


 위의 글은 노작가가 평생을 던져왔던 ‘문학을 왜 읽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렇다. 독서의 이유 중 하나는 마음을 치유하고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고난이 있던 사람들은 책에게 치료받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읽었다. 상처에 연고 바르듯 문학을 읽어왔다는 문학 애호가들의 말이 날이 갈수록 더 이해가 된다. 세파에 치여 마음에 힘이 고갈된 사람은 주저앉는다.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뭐라도 먹어야 된다. 그게 책이고, 마음의 양식이다. 독서는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불어준다.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요즘 북송의 유학자 장횡거 말이 더 깊숙이 와닿는다.    

    

 “책은 이 마음을 지켜 준다. 한때라도 놓아 버리면 그만큼 덕성이 풀어진다. 책을 읽으면 이 마음이 늘 있게 되고, 책을 읽지 않으면 마침내 의리를 보더라도 보이지 않게 된다.

-장횡거-

<오직 독서뿐, 정민>     


 삶을 부여잡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하는 독서 너머에 하나의 독서가 더 있다. 바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독서다.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독서다. 변화는 대오각성(大悟覺醒)의 순간처럼 한 순간에 오기도 하지만, 보통은 점진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킨다. 삶에 변곡점이 있었던 사람에게는 변화를 촉발하는 원인이 있다. 일련의 사건이나 어느 누군가와의 만남이었을 수도 있고, 책일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변화의 뇌관을 책에서 찾았다.     


 수많은 자잘한 변화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였다. 살라고 태어난 존재가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존재에 대한 부정이라며, 삶에 맹목적으로 충성을 다하라는 김욱 작가의 문장을 보고 나는 전율했다. 그는 1930년에 태어나 지금 아흔에 이른 나이다. 그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적은 사람이다. 죽음이 가까운 나이에, 죽음을 준비하기보다는 노화는 진화라며 젊은 날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는 그를 보며, 나는 삶의 태도를 고쳐먹기로 마음먹었다.  

   

 인간의 노화는 죽음으로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진화의 끝으로 도달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 매분, 매초를 삶에 온전히 집중하여 살아야 함을 깨달았다. 지금도 삶에 집중력이 떨어질 때면 필사해 놓은 그의 문장을 들여다보곤 한다. 그의 문장을 다시 읽고, 필사를 하면 마음이 다시금 요동친다. 갓 잡은 물고기처럼 살아서 펄떡인다. 마음이 문장을 머금어 정신이 고양되는 것이다. 죽었던 눈빛도 돌아온다.       


 언어에도 기운이 있다. 좋은 책은 좋은 기운이 담긴 보약 한 첩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사람은 변한다. 책의 힘이 여기에 있다. 태산 같이 큰 글을 읽으면, 그 뜻이 마음을 적셔 나 또한 큰 뜻을 품을 그릇으로 바뀐다. 아름다운 미문을 보면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심미안이 트인다. 강고한 의지를 지닌 글을 읽으면, 고난을 이겨낼 마음을 얻는다. 책을 읽어 이런 성장을 맞보라. 이런 성장의 순간, 변화의 순간이야말로 책을 읽는 보람이자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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