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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연수 May 26. 2019

자율근무조직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기1

낯설고 어려운 실험에 도전하다

지금 일하고 있는 조직은 자율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 곳의 자율근무제는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거나(자율시간출퇴근제) 총 근무 시간 중 언제 일할 것인지를 선택하여 근무하는(시간선택제 근무) 형태의 유연근무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총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심지어 휴가일수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야말로 온전히 구성원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는 자율근무제인 것이다. 이렇게 회사를 소개하면 질문을 받는다. 

정말 휴가일수도 정해져 있지 않아? 누가 며칠 쓰는지도?
그렇게 해도 회사가 굴러가?


누가 휴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까지 회사는 망하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 근무시간 역시 누가 몇 시간을 근무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추측컨데 9-6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회사보다 더 많이 일할 가능성이 매우 짙다. 


ㅣ새로운 실험,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기

이런 근무형태의 조직에서 주 3일 파트타임으로 5, 6월의 두 달간 일하겠다고 회사에 제안하였고 그렇게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급여도 조정하였다. 아이들 케어와 건강 관리, 그 외 여러 가지를 챙겨야 하는 상황에 따른 선택이었다. 사실 자율근무제인 까닭에 느슨하게 재택으로 일을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내년 연봉 산정에 반영은 되겠지만... 이런 상황에도 굳이 주 3일로 전환한 것은 조금 더 명확하게 선을 그어보고 싶어서였다. 

주 3일만 일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긴 하였다. 자칫 일은 그대로 하고 급여만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웃으며 경고하는 동료도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율근무이기 때문에 멤버들이 일하는 시간대가 아주 자유롭다. 누군가는 10시부터 5시까지이지만 누군가는 오후부터 새벽까지 일하기도 한다. 함께 일하는 이상 자료 요청, 일정 확인 등은 각자 자신의 스케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나마 근무일이 아닌 때를 아는 멤버들은 조심스럽게 연락을 주고 있지만 상황을 모르는 고객들의 연락은 오프일에도 수시로 이어진다. 또 일정에 맞춰 추진되어야 하는 경우 오프인 날에 수정 포인트가 눈에 보이면 먼저 연락을 하게 되기도 한다. 자율근무조직에서 파트타임을 일하기 시작한 지 2주가 막 지난 시점에서, 실험 성공률은 10%도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ㅣ아직은 낯선 실험에 적응 중

두 달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시작된 파트타이머로서의 생활은 아직 낯설고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새롭게 발견하게 된 점들이 있다. 지난 2주간 나에게 생긴 변화도 있고, 처음 시작한 이유가 있으니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 필요한 실마리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차곡차곡 그 변화와 실마리들을 기록하고 공유하려 한다. 비슷한 상황인 다른 누군가와 조직을 위해, 또 앞으로 이런 상황을 다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나를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가 시작된 일이기는 하지만 조직과 나, 모두에게 설레는 실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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