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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 문 Apr 21. 2022

"잘 하다 보면 태극 마크는 따라올 것"

이승우가 말하는 카타르 월드컵의 꿈

"잘 하다 보면 대표팀 유니폼 다시 입는 날이 올 거라 믿어요."


뛰어난 드리블과 타고난 스피드로 '코리안 메시'라 불리다가도 그라운드 위에선 거침없고 당돌한 모습으로 '악동'이라 불리는 선수. 올해 스물셋 이승우가 우리 축구로 돌아온 시즌, K리그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의 경기에선 1골 1도움을 기록, 홈에서 3연속 골을 터뜨리며 수원FC의 3-2 승리를 이끌었고, 이 활약으로 리그 9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습니다. 최근 4경기 3골 1도움, 골을 넣을 때마다 흥겨운 춤사위는 K리그 팬들을 경기장 안으로 불러 모으고도 있습니다. 당연히, 대표팀 복귀 가능성도 슬슬 고개를 듭니다. '악동'에서 K리그로 돌아온 '스타'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모든 선수의 꿈은 대표팀”...“매 경기 간절하게 잘하겠다”


슬슬 폼이 올라오는 이승우가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커집니다. 특히, 이승우가 1골 1도움을 기록한 10일엔 벤투 감독도 현장에서 이승우의 활약을 지켜봤습니다. 이승우는 “저희 모든 선수가 마지막의 꿈은 당연히 대표팀이고, 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 축구를 시작했다. 팀에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이유 가운데는 대표팀 꿈도 있는 것"이라고 조심스레 바람을 얘기했습니다. 벤투 감독의 '직관'에 대해선 "그냥 경기에 집중해 몰랐고, 직접 오시든 아니든 매 경기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는 올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10대에 이미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경험해봤기에, 이승우에게 2022 카타르월드컵은 더욱 욕심나는 무대입니다. 이승우 자신도, 선수 인생에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러시아월드컵 스웨덴전을 꼽습니다. '꿈의 무대'에 선 감격을 잊을 수 없다는 겁니다. 대표팀 얘기를 나눌 때, 이승우는 그라운드 위에서 춤을 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진지했습니다.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도 커졌다”


“춤은 어렸을 때 같이 추던 것”...1년 반 만의 골에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같이 추고 같이 놀고 같이 했었던 그냥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도 있고 그랬던 것 같아요”


늘 흥겨운 춤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골잡이의 골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재치있는 세리머니는 그라운드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승우는 앞으로 계속 춤을 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한 번 두 번 이렇게 골을 넣고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또 이렇게 경기장까지 찾아와 주셔서 이제는 좀 더 계속 해야겠다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승우의 K리그 데뷔골은 리그에 온 지 6경기 만에 터졌지만 사실 프로 무대 전체로 보면 1년 반쯤, 정확히는 553일 만에 넣은 골입니다.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에서 넣은 2020년 9월 14일의 골이 직전이었죠. 오랜만에 넣은 골이지만 이승우는 “저 자신을 믿고 있었고 단 한 번도 의심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나와! 나와!' 잘 기억 안 난다”...“흥민이 형이 말했으면 맞겠죠”


이승우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장면은, 2018년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터뜨린 골입니다. 손흥민이 문전에서 드리블하다 공이 조금 떨어졌는데, 손흥민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승우가 “나와! 나와!” 한 다음에 강하게 찬 슛이 골 망을 흔들었습니다.


“경기장 안에서의 있었던 일이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흥민이 형이 그랬다고 하면 맞죠”


손흥민 병역 면제의 지분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승우는 웃으면서 “제가 마지막에 골을 넣었다고 해서 흥민이 형이 혜택을 받게 해준 게 아니라 흥민이 형이 중심으로 잘 이끌어줘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습니다.


 “유럽 무대 즐거운 추억뿐”...“지금 제일 부담돼”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이승우의 유럽 무대 도전기는 사실 비극에 가까웠습니다. 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와 신트트라위던(벨기에), 포르티모넨세(포르투갈) 등으로 옮겨 다니면서도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이 시기에 대한 질문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이승우는 오히려 유쾌했습니다.


“선수가 새롭게 이적을 하고 새로운 나라에 가서 또 새로운 팀에 간다는 거는 참 좀 재밌었어요.”


즐거웠고 좋았던 경험이었다. 많은 사람의 예상과 달리 이승우에게 기억되는 유럽입니다. 나라마다 배운 것도 달랐습니다. 스페인에선 패스와 기술을 이탈리아에선 전술을 그리고 벨기에에선 많이 뛰지 못해서 인간으로서 더 많이 깨달았던 시기라고 표현했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부담이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느낌에 힘들었던 적이 없다 했는데 가장 부담되는 건 K리그에서 뛰는 지금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뛰는 게 처음인 만큼 기대치는 높고, 보는 사람도 많죠. 제가 뭔가를 보여드려야 하기에...제 축구 인생에선 지금이 가장 부담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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