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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 문 Apr 24. 2022

당신의 지구만 납작하다

모든 신념은 존중되어야 할까

지구는 납작하다. 눈앞에 놓여있는 진실이다


이것은 그의 신념이었습니다. 미국 NBA스타 카이리 어빙(Kyrie Irving). 물론 개인의 신념이니 누가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전파를 타고 나간 순간 당장 중고등학교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선생님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몇몇 학생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원성이 터져 나왔고 한참 뒤에야 어빙은 당시 자신의 말이 경솔했음을 인정했다고 하는군요.


"발언의 파장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사과드린다."

그의 속마음은? 글쎄요, 그건 잘 모르는 일이죠.


"택시 운전사 김사복은 빨갱이로 알려져 있다." -지만원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그의 주장 역시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택시를 몇 대 더 구입했으니 모종의 좌익 정치 세력에서 자금을 받은 것이 아니냐 하는 추측...


"아직도 그런 걸 믿느냐" 싶다가도, 그런 주장을 믿고픈 이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모양이어서...상처 입은 가족들은 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느라 노력과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습니다. 더구나 그는 이른바 과학적 근거를 들어서 광주 시민을 남파 간첩이라 여전히 주장하고 있으니...그런 사람들의 존재와 그로 인해 겪는 아픔은, 민주사회라면 으레 기생하는 종양에 의한 통증 같은 것이라 여겨야 할까 .


"확정적 또는 미필적 허위임을 인식한 것...사회 불신과 혼란이 확대됐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사회 전체의 몫으로 돌아갔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에 대한 1심 선고이유,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2018년 12월 10일


온 국민이 태블릿 PC 전문가가 되어서 복잡한 전문 용어들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했던 그 지난한 시간들도 마찬가지겠죠. '과학'과 '진실'의 허울을 뒤집어쓴 주장들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으니..."아직도 그런 것을 믿느냐"며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사회적인 소음과 낭비가 집요하고 극심해서...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세상은 거꾸로 가버리지 않을까 되레 걱정하는 지금.


지구는 납작하다

아마 카이리 어빙은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을지 모르지요. '혼자서'


지금의 세상을 어지럽히는 그들 역시 그 신념이 진심이든 아니면 그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섞여 있든, 부디 '혼자서'. 우리가 사는 지구가 납작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지구만 홀로 납작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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