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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 문 Jul 18. 2022

단 하나의 작은 성공이 중요한 이유

'중2병'이 자신감이 된다면

힘들 때마다 기억나는 인생의 한 장면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나간 농구 대회에서 68-67에서 넣은 버저비터 슛. 마치 만화 <슬램덩크>에서 서태웅의 패스를 받은 강백호가 슛을 넣어, 산왕공고를 이긴 그 명장면처럼 말이다. 이 슛이 들어가는 순간, 친하던 친하지 않던 응원 온 모두가 얼싸안았다. 신라중학교 A군 연습 상대, B군이 지난 대회 우승팀을 1회전에서 잡아냈기 때문이다. 이 기억은 의식적으로 꺼내지 않아도 마음속 깊이 '자신감'으로 자리 잡았다. (만화 속 서태웅의 모교도 신라중학교다)


'중2의 자신감'은 내 인생에서 두 가지로 작동했다. 객관적 전력은 단지 과거의 경험일 뿐이다. 그날의 경기나 시험에선 때에 따라 뒤집힐 수도 있다는 가능성. 이 작은 믿음은 깨질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응원할 때도, 타인을 응원할 때도 확신에 가득 찰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와 마음을 함께 한다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다음 경기에 보란 듯 패하면서, 1회전 통과가 최종 결과였지만 이 작은 성공은 여전히 남아서 새로운 위기가 올 때마다 달콤한 초콜릿이 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행동설계 학자 BJ 포그가 쓴 <습관의 디테일>이란 책에는 행동 설계의 7단계가 나온다. 4번째 단계가 '아주 작게 시작한다'이다.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가 목표라면, 하루에 책 한 페이지, 그것도 안 되면 책 한 줄부터 읽자는 뜻이다. '중2의 자신감'이 새로운 성취를 만나면서 매일, 매월, 매년의 자신감으로 눈덩이처럼 커지듯, 한 줄을 읽는 게 매일, 매월, 매년이 되면 이제 책 한 권을 더 사야 할 테다. 작은 성공의 경험은 절대 작지 않다.


힘들 때면 생각나는 장면이라 말했지만, 사실 거짓말이다. 나약해질 때는 '중2의 자신감'은 '중2병'으로 찾아온다. 서른한 살이 되어도 그렇다. 서툰 방심, 괜한 허세가 마음에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근거 있는 자신감을 구별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막연히 '되겠지'라고 놓아버리기도 한다. 결국 노력 없이 운에 기대는 것이다. 이럴 때는 시계를 확 돌려야 한다. 버저비터가 나오기 전까지 쌓아 올린 슛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우릴 얕잡아 보는 패스를 몇 개 스틸했고, 그날따라 잘 터졌던 3점 슛이 상대를 당황하게 했다. 누구는 단 한 번의 운이라 했지만, 우리는 각자의 작은 노력들을 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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