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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 문 Nov 14. 2022

평범한 남의 결혼

임경선 작가의 '평범한 결혼생활'을 읽고

약 1시간 동안 한달음 만에 읽어나간 책 (사실 당직 근무할 때, 잠깐 한눈을 팔았다) 20년의 결혼 생활을 이토록 솔직히 고백할 수 있을까. 심지어 초고를 남편에게 보여준 뒤 출간했다고 덧붙였다. 남편이 감수한 책 치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가감이 없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책 말미에 소개된 부부의 대화다. 책의 초고를 보고 남편의 첫마디는 '이 글을 누가 돈 주고 사 읽겠냐' 예상치 못한 반응에 작가는 "이 책이 어떤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아니다. 뭔가 가르치려는 뉘앙스는 내가 싫어서 일부러 걷어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남편은 "아, 그야 당연하지. 우리 같은 부부가 무슨 지침이나 교훈을 줄 수 있겠어"

결혼만큼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것은 없는 것 같다. 본보기가 되는 연애를 좇는 게 허황된 것처럼, 이상적인 결혼 생활이란 말만큼 위선적인 것은 없다. 작가는 그래서 결혼의 깨달음을 전하려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모범이 되려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이상에 닿으려다 현실이 뒤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혼이 뭘까, 부부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에 골몰하다 보면, 우리는 적당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결국 실패할 거다.

이 책은 결혼 생활의 마땅한 지침서는 아니다. 다만 부부 생활을 그린 숱한 TV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참고가 될 만한 결혼 엿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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