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천국
'관계에도 연습은 필요합니다'를 읽고
귀한 분의 추천으로 읽은 책. 1장 자유로운 삶을 위한 인간관계, 2장 관계를 살리는 공감 대화법, 3장 단호하게 나를 지키는 마음 연습. 크게 세 장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작가님이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통제할 수 없는 타인에 대해선 '그러려니' 생각하고, 통제할 수 있는 나에 대해선 '그래도 괜찮다'라고 다독이고 다짐하자. 특별한 건 꽤 참고할 만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라는 흔한 말도 이 책을 보면 귀하다 여기게 된다.
작가님은 평판에 집착하는 사람에겐 "개성과 매력이 성장할 틈을 주라"라고 토닥인다. 자존심이 상한 사람에겐 "불쾌한 감정을 잠깐 멈추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말과 행동을 고르라"라고 말한다. 불면증이 심한 사람에겐 "오늘 밤은 자지 말고 새벽 여섯 시까지 버텨라"라는 말을 듣고 잠이 쏟아진 경험을 전한다. 따로 메모하고 꺼내볼 만하다. '힘들어도 괜찮다', '나로 존재하라'는 식의 자기 계발서와 다르다.
책의 결말은 가장 처음에 나온다. 첫 장, 첫 소제목의 제목은 '타인은 지옥일까' 프랑스 작가 장 폴 사르트르가 1944년에 발표한 희곡 '닫힌 방'에선 지옥에 떨어진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등장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방에서 그들은 서로를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번번이 거절당하는 벌을 받는다. 그래서 그들은 타인보다 차라리 불구덩이가 낫다고 여긴다는 이야기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말로 괜스레 체념하고 씁쓸한 위로를 받는 사람도 있겠다. 당시에도 그랬나 보다. 사르트르는 급기야 21년 뒤, 1965년 '닫힌 방' 논평에서 이 말이 왜곡됐다고 해명하면서 덧붙인다. "타인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은 그들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실제로 지옥에 사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 타인과 더 이상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 모두에게는 타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타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