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차별의 벽을 향한 강스매싱
은퇴 예고한 세리나가 남긴 것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의 꿈은 이뤄질까요.
영화 '킹 리차드'는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를 다룬 작품입니다. 아버지 리처드는 영화 시작 20분 만에 두 번이나 폭행을 당합니다. 아버지는 딸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흑인 불량배들에게 맞서다 되레 두들겨 맞고 말죠. 윌리엄스 자매가 자란 LA 빈민가는 마약과 범죄가 판치는 곳이었습니다. 경찰은 흑인의 편이 아녔고 테니스는 흑인들이 하는 운동이 아녔습니다. 아버지는 비 오는 날에도 자매에게 훈련을 시키다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합니다.
10여 년 뒤, 프로에 데뷔한 세리나 윌리엄스는 아버지가 맞섰던 편견과 차별의 벽을 테니스로 하나둘 부숴왔습니다. 그리고 9일 밤 (한국시간) 패션잡지 보그는 “윌리엄스가 테니스와 작별을 고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윌리엄스는 보그에 보낸 기고문에서 “나는 은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가장 좋은 단어는 진화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는 “회사와 가족을 돌보고 싶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로이터는 “윌리엄스가 US오픈을 치른 뒤 은퇴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990년대 부유한 백인 중심의 테니스 코트에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와 함께 선 동생 세리나 윌리엄스는 그 자체로 파란이었습니다. 언니가 테니스 세계 1위에 오른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면, 동생 윌리엄스는 가장 위대한 여자 테니스 선수로 불립니다. 남녀 테니스 통틀어 4명밖에 없는 커리어 골든 슬래머(4대 메이저 대회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따낸 선수) 가운데 한 명입니다. 메이저 대회 우승만 23번입니다. 통산 승률은 84.9%입니다. 10번 경기하면 8~9번은 이긴다는 얘기입니다.
테니스 선수들은 보통 20대가 전성기입니다. 30대가 되면 체력이 떨어져 은퇴하곤 하죠. 하지만 윌리엄스는 30살을 넘긴 이후에도 우승 행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후배들에게도 본보기입니다. 같은 흑인인 코코 고프(세계랭킹 11위·미국)는 “어려서 윌리엄스의 경기를 보며 자랐다. 그는 내가 테니스를 하게 된 이유였다”고 했습니다.
“US오픈에서 은퇴 행사 같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무엇인가와 헤어지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못 하는 사람”
윌리엄스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고 있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내셔널뱅크 오픈 단식 2회전에 올라 있습니다. 지난해 윔블던 1회전 탈락 이후 1년 2개월 만에 거둔 승리입니다. 마지막 메이저 대회 우승은 2017년 호주 오픈. 이 대회 우승 뒤 임신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윌리엄스는 출산 후에도 코트로 돌아왔습니다. 메이저 대회에서만 준우승 네 번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윌리엄스에겐 마지막 대회가 될 US오픈은 이달 말 열립니다. 그는 이 대회에서 여섯 차례 우승했습니다.
윌리엄스의 은퇴 소식에 윔블던 측은 공식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썼습니다.
'누군가는 경기를 하지만, 누군가는 경기를 바꿔놓는다(Some play the game. Others chang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