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의 이웃도 아니고 '최소한의 이웃'이라니
허지웅 작가의 책은 늘 두 번씩 읽게 된다. 술술 잘 읽혀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8년 전, 그가 낸 첫 에세이와 혈액암을 이겨낸 뒤의 에세이를 비교해보면 의미있는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달라진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어서 더 그렇다. 처음 읽을 때는 글을 이렇게 짜임새 있게 쓸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고대 설화에서부터 영화까지, 다채롭게 풀어나가는 글 맵시가 부러웠다. 그리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예기치 못한 삶의 굴곡을 맞고, 포기하고 싶다가도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통과해낸 어른이 보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용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용오름 설화입니다. 1천 년 동안 수행한 이무기가 승천하려고 하는 걸 아기 입은 할머니가 우연히 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저 뱀 봐라" 말했습니다. 그걸 등 뒤의 아기가 "저 용 봐라" 고쳐 말했습니다. 그 덕분에 이무기는 용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용이 된 이무기는 아기에게 은혜를 갚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후 용오름을 본 사람이 그것을 이무기라 하면 이무기가 되고, 용이라 하면 용이 된다는 말이 생겼습니다.
작가는 이 설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모니터 너머의 저 사람만큼은 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소한 마음이 아쉽습니다. 그런 마음이 언젠가 나를 이무기에 그치지 않고 용으로 떠오르게 만들어줄 구원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라고. 다만 다르게 읽히기도 했다. 이무기 앞에 붙은 설명이다. '1천년 동안 수행한' 그렇다. 뱀과 용 사이를 오갈 정도의 노력이 숨어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