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일기 #1
His gift was not that he could jump high, run fast, shoot a basketball. His gift was that he was completely present. And that was the separator.
"그의 재능은 높은 점프에도, 빠른 움직임에도, 정확한 슛도 아닙니다. 그의 재능은 온전히 현재를 사는 데 있습니다. 그게 차이예요" <The Last Dance, netflix>
요즘에는 '나이키 조던'으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이야기입니다. 키 198cm, NBA에선 그렇게 큰 키가 아닌 그는 어떻게 최고가 됐을까요. 1980-90년대 그의 농구 인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에선 가장 마지막 화에서 넌지시 이유를 던집니다. 현재를 사는 재능. 어떤 뜻일까요. 이 말 뒤에 나오는 한 가지 장면에 힌트가 있습니다. 조던이 속한 시카고 불스 팀원들은 연습할 때입니다. 벤치에서 슛을 쏴 림에 넣는 게임을 합니다. 다른 선수들은 머뭇거리지만 조던은 훅 던져 쑥 들어갑니다.
살다 보면 현재를 산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일어나 마자 '출근은 어떻게 하지' 우리는 걱정합니다. 과거는 어떤가요. 잊고 살만하면 불쑥 문을 두드리곤 합니다. 문 밖의 상대는 헤어진 연인일 수도 있고, 언짢았던 상사일 수도, 하다 못해 길거리에서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우리의 현재를 자주 훔쳐갑니다. 카페를 둘러보면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눠서일까요. 말없이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기도 하고 운동을 하다 보면 벤치 프레스 대신 친구와 카톡을 주고 받습니다.
고백할 게 있습니다. 친구를 만날 때나 운동을 할 때는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긴 하지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불쑥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우리 현재를 살자'는 말을 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어서 다행이고, 글을 쓰기 전 '지금'의 뜻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찾아본 게 나가는 손을 잡아줬습니다. 只今. 다만, 오직이라는 뜻의 '지'에 이제 '금'이 합친 한자어라고 합니다. 오롯이 이 순간의 감정과 행동에 집중해 보면, 'he was completely present'가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잡힙니다.
멀리 있어서 물어볼 수는 없지만, 조던이 망설임 없이 슛을 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슛이 실패할 걱정을 하지 않아서 일 겁니다. 마이클 조던의 현역 시절 통산 슛 성공률은 49.7%입니다. 절반도 안 되죠. 그 스스로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선수 생활을 하며 경기장에서 9000개 이상의 슛을 실패했고, 약 300경기에서 패배했으며, 26번 승부를 결정짓는 슛을 실패했다. 계속 실패하고 실패했다. 이것이 내 성공의 이유다. -마이클 조던-
마이클 조던이 몰랐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슛을 쏠 때만큼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까 슛을 놓쳤는데, 지금 들어갈까?' '지금 슛이 안 들어가면, 우리가 질 수도 있는데...' 조던보다 키가 큰 선수도 조던보다 빨리 뛰는 선수는 NBA에서 숱합니다. 다만 팬들과 미디어의 기대, 과거의 영광, 은퇴한 뒤 복귀해서 다시 뛸 때 쏟아진 의구심, 이런 것들을 견뎌내면서 '농구 황제'로 지금까지 불리는 건 조던이 현재(present)를 살아가면서 얻은 선물(present) 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