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점수를 내줘도 세리머니를 하는 유일한 종목인 것 같습니다. 동료의 실수에 점수를 내주면,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가 다가가 손을 내밉니다. 이어 나머지 동료들이 다가와 함께 끌어안고 다시 조용히 상대의 공격을 기다립니다. 어제는 적어도 우리 배구 역사에선 배구 제의(祭儀)가 가장 많이 일어난 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의가 코트 안에서 치러진다면 코트 밖에선 기도가 이뤄집니다. 중계 화면에 나오지는 않지만, 혹시 감독의 부름을 받을까 타임아웃 때 전력으로 달리며 몸을 푸는 후보 선수들입니다. 이들은 한 점 한 점에 손을 꽉 모읍니다. 간절하면서도 부러운, 복잡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감히 짐작해 봅니다. 선수라면 누구나 코트 위에서 서길 바라니까요.
5세트까지 모두 2점 차 승부. 종교를 믿진 않지만 스포츠가 가끔 신의 장난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조용해야만 제의와 기도가 하늘로 전해지는 건 아닐 테죠. 곳곳에 보이는 연경신을 믿는다는 플래카드에 더해 가장 신성했던 세리머니가 끝났고, 승자와 패자가 정해졌습니다. 누구는 기적이라 부르지만 아마 운명이 아니었을까요. 그렇다고 이 운명이 신의 답은 아닐 겁니다. 질문 정도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