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10일쯤 지났다. 새해에 짰던 계획들과 작은 실천들은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다. ‘작심삼일’이란 옛 말은 요즘엔 ‘3일씩 리셋(reset)’하면 된다는 현대 뇌과학의 조언으로 진화했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열흘 붉은 꽃 없다는 조상님들의 고언이 지금의 상황에 대한 용례로 꼭 맞지 않지만, 그냥 생각났다.
이렇게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영감이 느껴진 스타가 있다. 지금은 세계 672위, ‘흙신’ 나달이다. 흙에서 하는 메이저대회에서 16번이나 정상에 올라 ‘흙신’인 그는 그보다 한참 낮은 ATP250 대회 1회전에서 승리하고 눈물을 흘렸다. 숱한 1회전을 치렀을 그가 유독 새해의 첫 대회에서 운 이유는 ‘마지막 부상 복귀전’이었기 때문이다.
나달은 사실 현재까지 숱한 부상 복귀전을 치러왔다. 그는 만성적인 왼발 부상을 달고 있다. ‘밀러-와이스’란 이름도 생소한 병. 걷기만 해도 발 중간에 심한 통증이 생기는 난치병인데, 원인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당연히 치료법도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다른 부위에도 부상이 잦다.
하지만 나달은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그러면서 메이저 우승만 22회. 라이벌 조코비치는 “스페인 사람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spanish never die)”는 세계 1위 나달 후배(알카라즈)의 말에 “그 말은 전에도 들어봤다. 충분히 경험해 봤다”며 당시 재활 중인 나달을 떠올렸다. 코트 안팎에서 나달은 테니스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가 ‘마지막 테니스’라는 그의 복귀전을 지켜봤다. 흙’ 신’이라고 하지만, 그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었을 테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고통스러운 재활을 견뎌냈겠지만, 그렇다고 ‘달성된 목표’를 예언할 수는 없다. 서른 일곱 노장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수십 가지의 루틴을 지키면서 마지막 미래를 그려낼 준비를 하고 있다. 꽃은 떨어져도 흙에서 다시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