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회사 현실팀장 라이프
프라다와 샤넬의 차이를 아세요?
루이비통, 구찌 다 빼고 왠 프라다 vs. 샤넬?
결론은,
프라다는 “나, 이 브랜드(프라다) 살 수 있는 ‘능력’ 있어!”를 보여주는 것이고,
샤넬은 “나, 이 브랜드(샤넬) 사 줄 사람(남자) 있어!” 라 했다.
아하, 그럼 나는?
내돈내산하는 나는 당연 ‘프라다’쪽이 되겠다.
그래서 커리어 우먼들이 프라다를 좋아하고, 남자들이 고백할 때 너나 할 것 없이 샤넬이란 말인가! 들으면 들을수록 맞는 말 같아서 특별히 샤넬과 프라다를 가진 사람을 보면 한 번쯤 더 보게 된다. 그래서 커리어우먼이 가득한 이 영화, 다른 브랜드도 아니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였나?
일을 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커리어가 쌓이고, 직급이 올라간다
대리든, 과장이든 어쨌든 팀의 책임감이 생기는 건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내게 "M대리님"이라 부르는 사람에겐 못들은 척 했다. "M팀장님"이라고 정확하게 불러야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너무 좋았다. 팀장이 되면 회의, 워크샵, 그리고 그에 해당하는 메일과 사내 문자, 비공식적 모임 등 팀원의 업무와는 차별된 업무가 있다. 협업하여 일하는 부서는 팀파워가 중요하다. 미묘한 밀당 가운데 업무 조율이 이루어진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실수도 참 많이 했다. 팀장 이후, 실장이나 본부장이 되면 그 책임은 더 커질 것이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부분과 팀원들의 기대치 사이에서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휘둘리기도 하는 것이 팀장의 자리다. 언니처럼 친하기만 했던 팀원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게 되고, 팀원들끼리 더 친해지고 나만 혼자인 것 같다. 경우에 따라 타부서 팀장, 실장과 또 새로운 관계 형성이 되기도 한다.
팀장이 되면, 그 정도 연차가 되면 대리정도까지의 박봉에서 벗어나 연봉이 제법 오른다. 그 동안 사고 싶었던 것들을 쇼핑하는 여유도 생기고, 차를 구입하기도 한다. 옷, 액세서리, 신발, 가방, 헤어...등 모든 영역에서 업그레이드가 된다. 실상은 역시 월급을 받아도 남는 돈이 별로 없으나 그래도 좋았다. 젊은 날, 패션을 즐긴다 생각하면 별 고민이 없었다. 내 마음에 쏙 들고, 내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 때, 프라다 하나 정도는 기분좋게 살 수 있었다. 진심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편집장, 메릴스트립)'를 보면 엄청난 워커홀릭으로 일과 가정, 육아를 휘두르고 있는데,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는 그녀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꽤 놀랍다. 완벽한 코디, 흐트러짐 없는 메이크업과 헤어, 똑 부러지는 말투와 의사결정까지! 패션회사 직원들 중 유독 패션에 민감하고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이 있다. 항상 신상품과 머리에서 발끝까지 코디가 완벽한 그녀(또는 그?)들의 생활은 어떨까? 솔직히 우리 업계가 연봉이 꽤 높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직급이 낮은 사원급들은 박봉이라는 것이 맞다.
친구 Y는 감각이 뛰어나 그녀의 센스가 업무에도 크게 발휘될 뿐 아니라 액세서리와 메이크업까지 완벽해 무엇을 하든 눈에 띄었다. 늘 시장조사를 하며 맘에 드는 옷, 구두, 가방 등을 구입했고 항상 트렌드를 앞서가는 패셔니스타였다. 그러나 늘 카드를 돌려 막고 명품 가방을 중고로 팔고, 팔러 가서 마음에 드는 중고를 또 사고,,, 10년차가 넘어 팀장이 되어도 그녀의 통장 잔고는 100만원을 넘지 못했다. 연애를 해도 남자 친구 코디가 마음에 안들면 전부 본인이 세팅했다. 남자 친구와 쇼핑을 하며 데이트를 했다. 옷 못입는 남자는 사귀기 힘들다고 했다. 패션 회사 VMD(비주얼머턴다이저)에 최적화된 그녀다. 주변에 Y같은 사람은 제법 많다. 늘 새로운 것을 서치해야 하며 아름다운 것들에 푹 빠져 더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본인을 꾸미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이 디자인도 잘 하고 본인 코디를 잘 하는 감각이 연출도 잘 한다는 말이 있다. 그녀들은 대체로 프라다를 많이 가진다(입거나 든다). 대체로 샤넬이나 디올을 갖고 있는 그녀들은 애인에게 선물 받았을 가능성이 크더라고... 물론 나는 샤넬을 턱! 안겨주는 남자는 만나보지 못했다.
남들에게 지기 싫어서 신상품이나 리미티드에디션으로 명품 쇼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출근했을 때나 모임에 갔을 때 시선을 받고 싶은 욕구가 아~주 큰 그녀들이다. 자리까지 걸어갈 때 누구든 다 돌아보는 그 시선들을 즐기는 것이 너무 좋다고 한다.
연봉이나 직급이 올라갈 만큼 올라가고 이제는 유지 또는 내려갈 일 밖에 없는 시점이 되었을 때(본인이 제일 잘 안다), 이렇게 커진 씀씀이는 줄이기가 힘들다. 결혼을 할 때도 직장 생활 햇수에 비해 모아놓은 돈의 액수에 움찔했는데, 출산을 하고 육아에 돌입하게 되어 가정의 이런저런 플랜이 마련될 쯤,,, 집에 있는 중고 명품 중 판매가 가능한 것들을 하나씩 내놓기 시작한다. 지금의 옷과 코디도 안 될 뿐더러 이것 저것 쑤셔 넣고 다니는 가방이 편한 나의 선택이었다. 젊은 날의 내 추억과 이 가방을 살 때, 이 옷를 살 때, 고르고 고르던 기분과 결제할 때의 뿌듯함을 떠올려 본다. 어디 서랍 구석에 보증서라도 함께 있으면 가격을 더 쳐 주니 좋다.
워킹맘 생활인이 되어 가성비를 따지며 회사를 다니는 지금의 나를 보며 타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런데 그런 것 따위, 아무렇지 않은 날 것(?)의 생활을 하고 있는 패션인이 되었다. 늘 바빠서 머리는 만두머리로 틀어 올려 묶고, 편안한 운동화나 로퍼, 편안한 옷을 입고 과거의 경력을 바탕으로 큰소리 치며 일한다. 강의를 나갈 때는 좀 차려입기도 한다. 시장조사를 갈 때, "매장만 보고 와야지."라고 몇 번이나 다짐하면서도 매장 앞에 가면 홀린듯이 들어가서 이것저것 들어보는 나! 프라다와 샤넬을 보면 너무 이쁘지만, 그 어느쪽도 선뜻 결제하기가 힘들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들이 내가 결제하지 못하도록 막을 때 매장을 나가면서 마음을 툭, 털어버린다. "나, 현실팀장이야!"
보여줘야 하는(Visual) 직업, 그 안에서 최고가 되는 것! 내가 해 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