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패셔니스타!
어떤 아이템을 처음 보았을 때, 어색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디자인, 컬러 또는 쉐입(모양?)이 독특해서 한 번 더 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건 유행할 것 같다. 또는 이건 패션 피플들한테만 사랑 받다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익숙해지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면 보편화된다.
어그, 크록스, 레깅스(쫄바지) 등 지금은 널리 보편화 된 아이템들을 살펴 보면 이해가 간다.
어그 부츠가 처음 나왔을 때, 주변의 반응들을 잊을 수 없다.
보기만 해도 귀여운 어그 부츠였는데, 남자들이 특히 싫어했다. 내 주변에도 "어그 부츠 제발 신지 마라, 꼴 보기 싫다. 저런게 뭐가 이쁘다고 신고 다니는 지 모르겠다 " 라고 말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반응이 무색하게 어그 부츠는 길이와 컬러, 장식 등을 다양하게 변형하여 패셔니스타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대 유행이 되었다. 'UGG' 정품 뿐 아니라 짝퉁도 많아져서 한 번 신어 본 사람이라면 꾸준히 신기 시작한다.
나 또한 어그 부츠를 여러 개 신어 보았고 만족과 불만을 경험했다. 우선 어그 부츠의 따뜻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베이지 컬러의 어그 부츠가 길거리를 누빈다. 양말을 신고 어그 부츠를 신으면 한겨울에도 끄떡없다, 정말 따뜻하다. 그렇게 따뜻한 어그 부츠지만 내게 있어 그것은 코디하기에 난해함이 있었다. 누군가는 '상감마마 신발'이라고 했다. 출퇴근룩에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을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내게 있어 출퇴근룩과 교회룩을 빼면 어그 부츠를 신을 수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더불어 치명적인 단점은 굽이 낮아도 너무 낮다. 결혼 전, 내 신발들은 7cm 굽은 기본이었기에 어그 부츠란 참 손이 안가는 아이템이었다. 어그 부츠를 신어서 스타일이 멋진 사람은 정말 코디를 잘 하는 사람들이다. 엄마와 커플로 신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귀엽다. 눈이라도 오는 날은 푹신하고 따뜻한 어그 부츠가 더 간절해 진다. 그러나 눈 오는 날 어그 부츠를 신는다면, 그건 어그 부츠의 마지막 날이다. 신어 본 사람들은 안다. 눈에 젖은 얼룩은 절대 지워지지 않으며 물이 묻었을 때 늘어 나는 부분은 복구가 안된다. 자연스러운 구김이 이쁘긴 하지만 한 순간 너덜너덜해진다.
어그 부츠가 나온지 십수년이 지난 요즘은 너무도 보편화되어 트렌드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따뜻하고 푹신한 어그 부츠를 들었다 내려 본다.
다음은 크록스!
처음 크록스가 나왔을 때, 오리발 같다, 신발이 이상하다, 컬러가 요란하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냥 발을 쏙 넣어 신어 보면 될텐데, 이걸 어떻게 신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와 가까운 지인들(친인척 포함)의 이야기다. 크록스는 출시되었을 때부터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디자인이며 컬러, 콜라보레이션까지,,, 브랜딩을 아주 잘 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크록스는 수술 때문에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의사들, 많이 걷는 서비스맨, 나처럼 가끔 매장에서 움직임이 많은 VMD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두바이 공항에서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크록스를 보고 그 규모에 놀란 적이 있다. 두바이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크록스를 많이 신는다고 했다. 사막에서 맨발에 신기 좋다고 하는데 맞는 말인듯 했다. 신발에 모래 알갱이 몇 개만 있어도 발이 아픈데, 구멍 사이로 모래를 털어낼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게다가 오래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으니 넘 좋은 것이다. 이슬람 사원을 가 보면 머리에 터번을 두른 사람들이 크록스를 많이 신고 있다. 필요에 의해 신게 되니 처음의 투박한 모양이 전혀 거슬리지 않게 되는 듯하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알록달록한 크록스부터 털이 달린 따뜻한 크록스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발렌시아가 패션쇼에서 높은 굽의 화려한 장식의 크록스는 갖고 싶도록 이뻤다. 여름 휴가철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많이 신고 계신다. 발이 편하다는 장점으로 보편화 된 신발이다.
내가 처음 크록스 신고 다닐 때, 곱지 않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이제 크록스를 신고 아이들에게도 신겨 준다. 내가 신기 시작했을 때 아무 말도 하지를 말 것이지!
레깅스(일명 쫄바지)는 사실 좀 부담이 가는 아이템이다.
얼마전까지 레깅스는 짧은 치마나 긴 상의 아래에 코디했다. 요즘의 레깅스 패션은 요가하다 나온 듯한 모습인데 몸매가 완전히 드러나는 아이템이라 취향과 달리 날씬해야 입을 수 있다. 다양한 디자인과 은은하게 이쁜 컬러들이 많아 젊은 여성들이 많이 좋아할 듯하다. 열심히 운동하고 배에 힘 주고 다녀야 할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기쁨도 누릴 것 같은데, 여자 친구가 레깅스 입고 다니는 건 용납 못한다는 남자들도 있더라마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 패션도 보편화 되지 않을까 싶다.
패셔니스타는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받아 들이며 자신에게 잘 맞게 소화시키는 사람들이다. 한 발만 앞서는 트렌드 감각을 가진 그들,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 사람들! 넘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