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찍고 바르셀로나 네르하 말라가를 거쳐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까지
23.01.25 BCN-AGP VY2111
Accommadation : Hostel Azahara
새벽에 일어나 조용히 씻고 짐을 꾸려 숙소를 나섰다. 전날 써둔 쪽지도 옆 사람 책상에 조용히 올려놓고 나오는데 성공했다. 이틀이나 지낸 한인민박의 조식은 결국 먹어보지 못하고 체크아웃했다.
공항에서 먹으라고 싸주신 간식과 물을 소중히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보통 국내선은 2터미널인데 부엘링은 1터미널이라는 사실을 전날 확인하고 무사히 공항에 갔다. 셀프체크인을 했는데 백드롭도 셀프란다. 체크인 하는데 수하물 내용이 없어서 예약이 잘못된줄알고 어버버했는데 안내해주시는 분이 촥촥촥 챙겨줘서 백드롭도 금방 마쳤다. 수속도 금방 끝나서 밥을 먹으러 공항을 둘러봤다.
샌드위치나 햄버거는 안땡겨서 푸트코트같은 곳에 가 펜네 샐러드와 미니 와인을 사서 먹었다. 와인의 나라라 그런가 모든 식당, 카페에 미니와인이 종류별로 있었다. 심지어 잔도 준다(물론 반납해야함). 간단히 먹고 좀 둘러보다 탑승을 했다. 승객을 가득 채우고 이륙했다. 카트를 끌고 뭐 줄까 해서 너무 자연스럽게 커피 한잔... 했는데 알고보니 사는 거였고... 심지어 카누같은 커피에 물을 부어 스틱을 준다... 심지어 그렇게 쌌던 것 같지도 않다. 하필 내가 너무 앞자리라 유무료 여부를 몰랐다... 일단 샀으니 기분좋게 마시며 한시간 반 비행을 마쳤다.
악명높은 부엘링 항공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연착, 짐 사고 없이 제 시간에 잘 도착했다.
나의 목적지는 네르하 였는데, 네르하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었다.
1. 말라가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메인 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네르하 행 버스로 갈아탄다.
2. 공항에서 네르하로 바로 가는 버스를 탄다.
1번은 버스가 자주 다녀 공항 도착과 동시에 네르하로 출발할 수 있으나 큰 짐을 끌고 환승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매우 큰 단점이었다.
2번은 아주 편한 방법이지만, 내가 탄 비행기는 오전 11시쯤 도착하고 버스는 오후2시 30분이 첫차이자 막차였다.
공항은 매우 작아 딱히 할만한것도, 먹을 것도 없었고... 전날 구글 지도를 펼쳐 인근을 둘러보니 마침 근방에 말라가 아울렛이 있었다. 이탈리아 갔을 때 갔던 그 아울랫 브랜드였다. 찾아보니 가는 방법도 간단하고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시간 보낼 곳을 찾았으니 2번 방법으로 가기로 하고 말라가 공항에 짐 보관소에 가 비싼 돈을 내고 짐을 맡겼다. 공항에 있는 역으로 가 렌페를 타고 두정거장만에 아울렛에 도착했다.
아울렛은 정말 사람이 없었고 들어가보니 이유를 알았다. 이탈리아와 달리 입점 브랜드가 많지 않았고, 시내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데다가 특별히 싸거나 물건이 다양하지 않았다. 그래도 난 여행자니까~ 여기저기 다 들어가봤다. 자라에 가서 바지도 사고, 마시모두띠에서 옷도 입어봤다.(작아서 못샀다) 가장 기대하던 나이키 팩토리 아울렛에서 아빠 선물도 하나 사고 내 티셔츠도 샀다. 애매하게 쇼핑을 하니 배는 고팠으나 뭘 먹진 못했다. 버스시간이 다가와 한참 걸어 역으로 갔다. 선로가 하나뿐이라 다른 곳으로 가야하나 싶었는데 상하행 모두 다니는 곳이었다. 시간맞춰 렌페를 타고 공항에 돌아가 짐을 찾고 쇼핑한 것들을 캐리어에 넣어 버스를 탔다. 한시간쯤 달려 드디어 네르하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길 건너 예약한 숙소로 갔다. 28인치 캐리어를 든 여행자 앞에 등장한 유럽의 계단... 짐을 힘겹게 들고 숙소로 올랐고, 다행히 체크인 카운터가 있는 곳에 바로 방이 있었다. 안내를 받고 방에 들어갔는데, 사진보다 더 뜨헉 했다. 복도와 다를게 없는 타일 바닥에 특이한 구조로 놓여진 두개의 싱글침대, 짐을 풀 공간은 없어보이고 큰 창문은 공용파티오 쪽으로 나 내 방이 훤히 보였다. 이불은 마치 병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파란 모포같은 느낌이고 좀 추웠다. 당황했지만 내가 예약했고 싸게 했으니... 그래도 막 더럽거나 어둡진 않았으니 금방 표정을 풀고 짐도 풀었다. 하루만 지낼 거라 간단하게 필요한 것만 꺼낸 뒤 샤워를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비행기도 타고 아울렛도 한참 돌았더니 저녁이 되기도 전에 지쳐버렸고, 배고픔보다 피곤함이 더 컸다. 씻고 침대에 뻗어버렸다. 디테일한 일정과 계획도 없고 일행도 없으니 이런건 편했다. 힘들면 그냥 눕고, 배고파도 안먹고싶으면 안먹을 수 있고. 누워서 좀 쉬다가 해가 조금씩 떨어지는 듯 해 보이는 시간에 간단히 챙겨 숙소를 나섰다. 어찌저찌 다니다보면 나의 유일한 목적지인 "유럽의 발코니"를 만나지 않을까 하여 지도를 켜지 않고 골목을 누볐다. 한참 누비는데 상점은 다 닫았고 골목은 좁고 조금씩 어둑해지는 느낌이 나서 후다닥 지도를 켜 크고 빠른 길로 걸었다. 큰길로 가니 그래도 상점이 조금씩 보이는데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여기가 관광지가 맞긴 한건지, 왜 사람들이 네르하에서 1박을 안하고 말라가에서 잠시 왔다가는 여행지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차저차 유럽의 발코니 근방에 왔는데... 눈이 확 트였다. 바다라고는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들을 지나 광장같은 곳으로 나오니 어마어마한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양 옆엔 야자수 가로수가 있고 큰 인도가 있는데 홀린듯이 앞으로 한 발 한 발 걸어갔다. 하늘이 조금식 주황빛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데 바다는 아주 광활하고 잔잔한듯 잔잔하지 않게 파도가 치는데, 내가 이걸 보러 이런 길을 지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구석 사진도 영상도 찍고 눈으로도 한참 담았다. 아무리 스페인이라도 겨울이라 비수기여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더 좋았다. 여유롭게 위에서 감상하고 바닷가로 내려가서 또 다른 뷰를 보며 천천히 산책했다.
내가 점심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고, 참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혼자 음악을 들으며 거닐고, 돌에 앉아서 파도소리도 듣고, 사진도 찍고... 한참을 즐기다 어둠이 내려앉았을 무렵 저녁 겸 술 한잔을 하기위해 식당을 찾았다. 사람들이 다 식당에 들어가있어서 바닷가에 없었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안쪽엔 자리가 없어 바깥에 자리잡았는데, 너도나도 담배를 피고 경사진 곳에 테이블이 있어 좀 불편하고 추웠다. 그래도 이런게 여행이고 재미지 싶어 간단히 샹그리아 한잔과 타파스를 시켰다. 술을 시키면 타파스 하나는 무료인 것을 우선 주문했다.
샹그리아는 먼저 나왔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타파스가 안나와서 서버에게 말을 했더니 조금 뒤에 작은 고기와 밥을 주었다. 그날 처음 먹는 따뜻한 음식이어서 그런지 맛있고 참 적었다. 고민 끝에 오징어 튀김을 추가로 시켰는데 사워크림같은 하얀 소스와 함께 나왔다. 그렇게 맛있는 오징어튀김과 소스는 처음이었다. 추위도 오랜 기다림도 잊고 룰루랄라 먹었다. 계속 있으니 허리도 아프고 추워 얼른 계산하고 가야지 싶었는데 서버가 너무너무 바빠서 나에겐 눈길도 안줬다... 힘겹게 계산서를 받았고, 현금을 꺼내 다시 서버를 기다리는데 한참 안와서 약간의 잔돈을 포기하고 돈을 놓고 그냥 나왔다. 스페인 샹그리아는 진짜라 그런지 한잔 가득 마셨더니 술 마신 느낌이 날 정도라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누웠더니 좀 추워서 옆 침대 이불까지 끌고와 이불 두개를 덮고 잤다. 다음날 일출을 보리라는 계획을 하고 알람을 맞추고 스르르 잠에 들었다.
이튿날, 일출을 보려했지만 피곤하고 자유로운 여행자는 알람을 끄고 늦잠을 자고야 말았고, 전날 예약해둔 간단한 호텔 조식을 먹고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내 방에서 창문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파티오에 몇가지 빵과 잼, 과일, 우유, 요거트를 깔아 둔게 전부였다. 국물로 하루를 시작하는 한국인답게 빵과 함께 먹을 어묵국물티백을 가져가서 우렸다. 빵과 잼이 생각보다 맛있었는데 빵 굽는 토스터가 특이하게 생겼고 자꾸 삐- 소리를 내서 좀 민망했다. 무튼 간단하지만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대충 세수, 양치만 하고 모자, 헤드폰, 선글라스를 쓰고 밖으로 나섰는데, 정말 날이 쾌청하고 좋았다. 전날과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데,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푸릇푸릇하고 생기가 가득한 도시로 보였다. 최종 목적지인 유럽의 발코니 길목 초입에서부터 전날과 또다른 경이로움과 경치가 나를 사로잡았다. 내가 이 모습을 보러 왔구나... 이게 진짜였구나 싶었다. 전날까지는 1박을 한게 낭비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침의 맑은 모습을 보고나니, 1박을 했기 때문에 해질녘, 야경, 아주 푸른 아침까지 볼 수 있었고, 계획을 짠 내 자신이 너무 뿌듯했다. 이런 경관을 혼자 보기 너무너무아쉬워 현지랑 영상통화도하고, 영상도 사진도 정말 많이찍어 세상 자랑자랑했다.
그렇게 한참 걷고 즐기니 어느덧 체크아웃하고 말라가 행 버스 시간이 다가왔다. 후딱 숙소에 들어가서 씻고 짐을 싸는데 바르셀로나에서 사온 향수가 안보였다. 몇번을 다 뒤졌는데도 안나오고, 나갈 시간은 다가오고... 다 포기하는 마음으로 이불을 정리하는데 그 속에서 나왔다^^ 아주 빠듯하게 짐을 겨우 꾸려서 뛰쳐 나와 바로 말라가 행 버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