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서울 자취방은 돌이켜 생각해보니 늘 애증의 대상이었다.
내 월급을 갉아먹는 무서운 월세, 관리비, 전기세 그리고 혼자서 채워놔야 하는
냉장고, 삼시세끼 밥. 하나부터 열까지 나의 생각과 돈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름 그대로 한 달이 정말 빠르다고 느끼게 해 줬고 그 한 달을 어떻게 보낼지 오히려 생각에 잠기게도 해주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막론하고, 좋았다.
좋고 또 좋았다. 너무너무 좋았다.
일주일의 마지막 날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 주말을 맞이하는 금요일 밤에는 내 기분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고 그 시간은 어떤 날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 알 수 있는 희열이 있는 날이었다.
청소부터 빨래, 요리, 모두 내가 직접 해야 하지만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공간이었다.
그 넓디넓은 삭막한 서울에서 나를 온전히 감싸주던 따뜻한 불빛 같았다.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내 브랜드의 시작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파묻혀있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파묻힘속에 아이디어들은 더 쏟아졌고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방하나가 그렇게 차곡차곡 완성이 되어갔다.
지금은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아직도 그 방하나는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자취방으로 가는 골목, 담벼락 위로 흐드러진 덩굴, 꺾어 들어가는 모퉁이, 분위기, 들어서는 순간 어두운 입구, 딸깍 스탠드를 켜는 소리, 울려 퍼지는 샤워소리.
아직도 생생하고 코끝에서 향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집은 실질적으로 존재함으로써 가치도 있지만 그보다도
심적으로 편안한,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그리워지는 돌아갈 수 없는 집도 내 삶에 있어서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나 보다.
그러니 집이 있어도 없어도 커도 작아도 사실,
내 마음이 기댈 곳이 있고 편하고 감싸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심리적인 치유와 보상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눈에 보이는 실물형태를 원하지 않을까 싶다. 존재 자체로도 큰 힘이 되는 거면 되는데.
차에 짐을 싣고 여기저기 다니며 여기가 내 집이요-하고 사시는 분들도 계시니
집이 꼭 땅에 붙어있으라는 법 있을까.
살아가면서 꼭 해보고 싶은.
아직은 나에게도 어려운 도전이지만.
아직 내가 부족하고 모자라서
도전하기에 용기가 없지만
머지않아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