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되어 가고 있는 '자유'를 향한 갈망
누구든지 시류에 어긋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런 비방과 중상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반적으로 소수인데다 영향력도 작고, 그들이 당하는 옳지 못한 일에 대해 당사자 외에는 관심을 가져줄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다수가 받아들이는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소수 의견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표현을 순화하고,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 그 입장을 밝힐 기회를 얻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결국 통설과 단 한 줄도 어긋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본래의 취지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우리 북클럽의 오프라인 모임은 책 이야기보다는 서울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답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명색이 ‘북클럽’인데 책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회원들의 성토가 있어 왔고, 고민 끝에 지정 도서를 읽고 모이기로 했다. 혼자서 모임 하나를 꾸려가노라면 회원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어 줄 때마다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 첫 책이 바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었다. 좋아하고 쉽게 읽히는 책이었더라면 지정 도서로 정해지지 않았어도 스무 번 넘게 읽고 진작에 세세한 문구까지 다 외워놓은 상태였을 것이다. 물론 우리 북클럽은 책을 읽지 않고 나가도 크게 지장은 없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날로 먹으면(?) 안 되지! 급하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부랴부랴 읽게 되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쉽지 않아 두 번째 읽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돌아보면 또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한번 읽으면 잔상과 느낌이 남고, 두 번 읽으면 행간의 의미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과 관계되지 않은, 오직 개인과만 상관있는 일의 결정권이 왜 당사자에게만 주어져야 하는지, 밀이 제시하는 논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자유론>이라는 책의 제목답지 않게, 밀은 개인에게 백퍼센트 완전한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우선 그 사람이 적당한 수준의 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미개하거나 성숙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자유는 ‘자유롭지 않을 자유’를 포함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개인부터 국가까지 주체가 누구든, 다른 사람을 통제할 자유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잘 살아보기 위해 아등바등대는 사람도, 되도록 ‘보통’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사람도, 반대로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삶을 제창하는 사람에게도, 온갖 경험을 토대로 옳은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도 될 ‘이성’이 존재한다. 밀은 이성의 존재를 믿었다. “인간은 그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 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라는 문장에서, 모든 사람이 침해받지 않는 자유를 가졌을 때만이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밀의 굳은 믿음이 읽힌다.
#자유론 #존스튜어트밀 #다시읽기 #책 #책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