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2020> 리뷰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알약이나 물약이 소용 있나요
이것은 1988년 개봉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의 OST 중 일부 가사이다. 알약이나 물약이 듣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많이 아팠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싶지 않았다. 때로는 귀찮고, 때로는 밥벌이에 힘겹다는 핑계로 둘러대며 시간을 벌었다. 아이들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들이라고 믿었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을 때도 많았다.
필자가 삐뚜로 빼뚜로에 아동과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에 관심이 있다고 선언하고 난 후, 소수의 독자들은 올해 개봉한 화제작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2020>를 호모나랜스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하였다. 그러나 호모나랜스는 영화를 볼 용기를 내지 못했다. 감독의 전작인 영화 <박화영, 2018>에 대한 잔상이 떠올랐다. 가족은 없는 데 있고, 친구는 있는데 없는 그 모습이 지극히 사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어른들은 몰라요>는 <박화영>에 비해 비교적 상징적인 표현들로 채워져 있다. 청소년에게 허락되지 않은 '청소년 관람불가'의 그들 이야기는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누가 보고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세진이는 왜 무릎을 세워 쭈그려 앉는 것을 좋아할까?
18살이라는데,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해 보인다. 보는 사람마다 '애 뗄라고, 돈 주세요'를 반복해서 말하는 세진이는 무릎을 세워서 앉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웅그린 자세는 주눅 든 것 같기도 하고, 나와 세상 사이에 다리로 벽을 세워 올린 것 같기도 하다. 무릎이라는 산은 안전하지 않지만 뒤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무릎을 내리고 세상을 마주하는 것은 겁이 난다. 세진의 양쪽 어깨를 붙잡고 빨래 털듯이 탈탈 털면 돈이 나오는데, 이것은 작은 경제를 이루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 세진이도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쓰임의 전부를 예상하지는 못했다.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세진이는 그 난리통에도 왜 스케이트보드를 잘 챙길까?
가출팸 생활이 순탄할 리가 없다. 여러 난리통을 겪지만, 자기 몸 하나도 가누지 못할 것 같은 세진이는 스케이트보드를 꾸역꾸역 끌고 다닌다. 때로는 세진이 옆에 있는 친구들이 대신 들어주기도 한다. 안전한 곳에 숨겨놓지도 않고, 돈과 바꾸지도 않으며, 무겁다며 내팽개쳐 놓고 가지도 않는다. 이쯤 되면 스케이트보드도 하나의 캐릭터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스케이트보드는 세진이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환기시키도록 해준다. 무겁게 들고 다니지만 말고,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달리기를 어른들은 소망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주영이, 세진이와 친구일 것 같은 2018년의 빈첸은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feat. 우원재)'로 영화를 다 보고 난 관객에게 나름의 예의를 갖추어 묻는다. 욕망과 현실의 벌어진 틈 사이에 끼어 오도 가도 못하는 청소년들의 외침을 들으며 눈을 감고 처음부터 영화의 장면들을 복기해보았다. 세진의 과거는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았지만, 그가 받아본 사랑과 관심은 친구 은정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을까. 자기중심적이고 폭력적인 모양으로 분출하는 사랑과 관심 같은 그것 조차 어느 순간부터 똑 끊어져 버려 그리움으로 남아버리는 것 말이다. 사랑과 관심 같은 바로 그것은 사람을 말려 죽이는 몹쓸 것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을 기준으로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 상영가로 나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는 만 18세 이상부터 볼 수 있지만,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나이 요건을 충족해도 불가능하다. 반면에 방송은 방송사에서 자체적으로 폭력성, 선정성, 언어 사용 정도, 모방위험 우려를 고려하여 시청 가능 연령을 표시하는데, ALL, 7세 이상 시청가, 12세 이상 시청가, 15세 이상 시청가, 19세 이상 시청가의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영화와 방송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와 19세 이상 시청가를 제외하면 보호자의 동반 또는 지도 아래 기준보다 낮은 연령의 아동과 청소년도 접근이 가능하다.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관람불가는 어른을 위한 영화다. 이는 저예산으로 연기 경험이 적은 배우들과 사회의 부조리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이 영화를 보고 청소년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청소년이 아닌 사람들이 청소년인 척 연기하는 것을 안도하며 소비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어른도 답을 몰라 청소년에게 과제를 미루고 싶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개구리도 올챙이였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문제라도 꼼꼼하게 읽어는 봐야 하지 않겠는가. 잊어버리고 있었겠지만, 우리는 20여년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