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이 Dec 02. 2022

구아바 나무

22년 9월 21일

식물을 살 때면 늘 "어떻게 키우면 되나요?" 혹은 "물은 언제 주면 될까요?"라는 식의 질문을 한다. 대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세요", "겉 흙이 마르면 흠뻑 주세요" 정도의 대답을 듣는다.


가게를 시작하면서 화분을 선물 받거나 내가 사는 경우가 많아져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 말은 "잎이 쳐지면 그때 물을 주세요. 물은 자주 주지 마시고요"였다. 집에 있는 화분들에 일주일에 한 번씩 날짜를 정해두고 물을 줘봤지만 꾸준히 죽어나가고 또 사기를 반복했던 나인데, 가게의 화분은 사장님의 말씀대로 각자의 시간을 헤아려보기로 했다. 주에 한 분 물 주는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하나하나 그 자체를 관찰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은 나무들의 언어. 잎이 말라 갈색으로 변할 듯한 꽃 화분을 바람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주니 더 이상 시들지 않는 상태가 조금은 더 이어지고, 기운 없이 축 쳐진 구아바 나무에 물을 흠뻑 주니 잠시 다른 일을 하는 새에 잎이 빼꼼 고개를 들었다. 잎을 한 번 들여다본 적도 없으면서 물만 붓는 행위는 식물을 생명으로 대하지 않는 자세였다.



자주 보채지는 않으면서 목이 마를 때면 시무룩한 듯 축축 내려앉는 나의 구아바,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 며칠 잊은 채 내버려 두면 금세 잎을 떨구는 귀여운 타임 화분. 식물은 식물일 뿐이라고 가볍게 여기던 나인데 요새는 내 식물들이 제법 귀여워 보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