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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삐 May 18. 2022

지금이 내 전성기 같아, 곧 끝날 전성기 말이야

홀로 설 수 있을까 4

* 이 챕터에 인용된 1인 여성 가구 인터뷰는 <여성 1인 가구 혼자 있지만, 연결되어 잇는 - 은평구 여성 1인 가구 설문조사, FGI 결과 분석, (이상희, 2018)>에서 발췌해왔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이 세상에 전해지길 바라며 원 인터뷰를 실었다. 


“지금이 내 전성기 같아”

곧 끝날 전성기 말이다. 다음은 끝없이 추락할 것 같았다. 다행이라는 사실이 무서웠다. 다행이라는 말, 뜻밖에 일이 잘되어 운이 좋아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는 그 말이 다음에 없을 다행을 예언하는 말 같았다. ‘다행’이 다음에도, 내게 필요한 순간 매번 내 곁에 있을까. 


일궈놓은 소중한 일상이 너무 쉽게 바스러질 것 같이 느껴졌다. 그 순간 우연으로 내 옆을 채워주고 있는 존재들은 언젠간 다 떠나갈 것이었다. 이 집 계약이 끝나면 룸메와 나는 각자 길을 가겠지. 


다른 집사람들 역시 월세를 아낀다는 이해관계가 맞아서 같이 사는 것에 가까웠다. 내일조차 불안한 청춘들은 함께 미래를 더 세워갈 수도 없었다. 우리는 그 불안정한 임시의 삶에서 우연히, 그리고 잠시 함께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육촌 할아버지도 서량도 떠나고 나면 나는 세상에 혼자겠구나. 40대에 홀로 아픈 부모님을 돌보는 그들의 이야기가, 이혼 후 우울증을 가지고 잔병치레하고 계시던 50대 선배의 이야기가 남의 삶 같지 않았다. 누군가의 과거와 현재의 일을 들었는데 내 미래를 펼쳐보는 것 같았다. 많은 이들의 과거이고, 현재고 결국 미래엔 나의 일일 것이다. 


세상 모든 이들은 모두 서로 의존하며 산다.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자립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장애인들이 다른 비장애인들에 비해 의존할 기반이 너무 빈약해서이다. 그래서 장애학에서 자립은 첨예한 논쟁적 언어이다. 사회가 이들에게 요구하는 자립은 의존할 곳이 없는 곳에서 홀로 서라는 요구다. 그 때문에 이들의 자립이 조금이라도 비틀거리면 넘어질 수밖에 없다. 의존과 자립은 반대의 개념이 아니라 공존하는 개념이다. 의존할 구석이 있어야 자립할 수 있다. 


1인 가구 역시 그렇다. 1인 가구의 삶을 자립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 어디에도 기댈 수 없는 경우에는 고립일 뿐이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거 자체가 내가 영웅이구나 싶어요.”(70대, 1인 가구 20년, 은평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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