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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삐 May 22. 2022

여성 1인 가구 서울 이방인, 발붙일 공동체가 있을까

홀로 설 수 있을까 5


‘공동체가 필요하다.’ 


공동체라니. 주변 친구들은 공동체라는 말을 들을 때부터 “어휴, 난 싫어. 너나 찾아”라 했다. 마을에 ‘공동체’까지 붙어버리면 우선 서로 집안의 수저 개수를 터놔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든다나. 


동의하는 말이다. 인구밀집도가 세계에서 손에 꼽는 서울에서 10m 안에만 해도 몇 명의 이웃이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들과 나의 공통점은 또 얼마나 될까? 아래층 사람의 얼굴을 마주했다는 의미는 쿵쿵거렸기 때문이기에, 마주 보는 일은 없는 것이 최고다. 매일 아침 수많은 사람과 지하철에서 몸을 부대끼는 것만으로 하루 치 친밀도는 과하게 충전 가능하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웹툰이 성공을 거둔 데에는 사회적으로 이웃에 대한 피로도와 불신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적인 도시 안에서 밀착은 스트레스이고, 공동체라고 해도 강압적이지 않은 느슨한 연대, 동등한 관계가 강조된다. 홀로인 상황에서 홀가분함, 자유를 누리는 상태를 뒤로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는 교류를 시작한다는 것은 행복 지수를 되려 깎을 확률이 높은 일이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가치가 있고 뭐를 같이 해야 될 때 협력할 수 있는 게 친하다고 생각해요. 같이 술 먹고 놀고, 웃고 떠들고 이거를 저는 친하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게 제가 좋아하는 방식의 진함도 아니고. 근데 보통 친해지자고 할 때 그걸 계속 강요받는 게 되게 불편하거든요. (중략) 되게 강하세요. 강압적이라는 걸 모르시는 거 같은데 되게 강압적이시잖요.” (30대, 1인 가구 18년, 은평 5년)


친함을 강요받고, 이미 관계가 공고한 기존 공동체 내에서 속하기 위해 얼마나 나의 성격과 특성을 눌러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나 비혼 여성으로서 마을 안 공동체는 가부장 질서와 성별 분업으로 돌아가는 공동체의 기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을 들게 한다. 건물 주인 할아버지도 친해지자 당장에도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하면 우리나라 출산율을 들먹이며 잔소리를 그렇게 늘어놓는데 말이다. 


“가족이 있거나 결혼을 하신 분들과는 거리감이 있더라고요. 결정적일 때는 자기 가족을 위주로 하세요. 스케줄이든 힘든 게 있든, 대화 내용이든”(40대, 1인 가구 3년 6개월, 은평 10년) 


기혼자 중심인 마을 반상회에 1인 가구가 어떻게 속할 수 있을까. 집 없는 내가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동네에서 유대를 쌓아둬봤자 이사가면 사라질 인연 아닌가. 


그 모든 피로하고 결국에 허무해질 관계들을 생각하면 홀로 살고 싶지 않아도 홀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골드미스라는 말이 한창 유행할 때 나 역시 골드미스를 꿈꿨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누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삶을 책임지는 삶. 결혼 따위, 공동체 따위 필요 없이 그 어떤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도 없이 마음 맞는 친구들과 지내는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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