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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삐 May 24. 2022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을

홀로 설 수 있을까 7

* 이 챕터에 인용된 1인 여성 가구 인터뷰는 <여성 1인 가구 혼자 있지만, 연결되어 잇는 - 은평구 여성 1인 가구 설문조사, FGI 결과 분석, (이상희, 2018)>에서 발췌해왔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이 세상에 전해지길 바라며 원 인터뷰를 실었다. 



“나는 비정상이에요. 어디 가서 내 얘기를 하겠어요. 이 나이까지 결혼 안 했다는 걸 얘기하지 않아요. 가끔 초등학교 동창들 만나면 나한테 천연기념물이라고 해요. 그래서 동창 모임에 잘 안 가려고 해요.”(60대, 1인 가구 35년, 은평구 21년)


돌아갈 수 없는 마을, 더는 존재하지 않는 마을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그때로 돌아갈 수 있더라도 S 이모의 집 문을 두드릴 자신은 없다. 내가 커왔던 그 마을에 속할 수 있을 자신이 없다. S 이모와 한자리에 내가 앉아있기 위해 수많은 노력과 포기하고 타협해야 했을 무수히 많은 일이 벌써 아득하다. 고향의 자리엔 그때의 서량도, 지금의 나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 


친했던 월셋집 주인 할아버지도 매번 내 타투를 보면서 결혼을 이래서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해주셨다’. 결혼은 안 할 거라고 하니 우리나라 ‘출산율’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금 들어야 했다.  반상회에 앉아 나눠서 과일을 깎는 와중에 시집 가야겠다는 소리에 웃고 싶지도, 대답하고 싶지도 않다. 나이가 들어서 지금처럼 결혼이 아닌 형태로 다른 누군가와 산다는 그 치열한 과정이 ‘천연기념물’로서 그들의 이야깃거리, 흥밋거리로 전락할 것이 눈에 훤히 그려졌다. 


이제는 내가 옆집과 반찬을 나눈다고 생각하면 이웃이 어떤 음식을 가져올지 걱정부터 된다. 혹시라도 동물의 죽음이 깃든 음식을 준다면 또 어디서부터 내가 비건으로 살기 시작했는지, 왜 당신의 호의가 내게는 슬픈 일인지 힘들게 이야기하다 왕래가 끊길 것 같다. 


내가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공간이 마을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선택한 삶을 편견도 참견도 없이 온전히 서로 존중하는 마을이 존재할까. 내가 나일 수 없는 공동체에 돌아갈 마음은 전혀 없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돌아갈 곳이 없다는 외로움은 나의 선택을 자꾸 고립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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