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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삐 Jun 03. 2022

친구 손은 약손

선택한 식구 3

우울증, 지하철 성추행 건, 기말고사, 팀플까지 겹겹이 쌓여 과로와 스트레스가 하늘을 찍었다. 


“건강 챙기는 것도 능력이야. 너만 그런 것도 아니고 다들 똑같이 해내면서 다녀.” 


월경통을 견디지 못하는 게, 비염을 달고 사는 게, 아무리 운동을 해도 자주 아픈 게 내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걸 사회가 이해해주지는 않았다. 그런 사회 속에서 구르다 보니 피곤하고 약간은 아픈 상태가 평소의 상태인 줄 자주 착각하곤 한다.  이 주간 계속 설사를 했는데, 배가 아프진 않다는 이유로 그게 일상인 줄 알았던 때였다. 입맛은 바닥을 치는데 뭔가 채워 넣어야 다음 일을 하니 매일 한 끼는 단백질 쉐이크로 때웠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단백질 쉐이크로 저녁을  때운 날이었다. 드러누웠다. 위장이 비틀어지는 느낌이었다. 소파에 누워 겨우 친구에게 와달라고 전화를 했다. 친구가 집에 도착하니 그제야 눈물이 툭 떨어졌다. 


“어디가 아파?”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떠올려보지도 못했다. 천장에 켜진 LED 등이 어지러워 불을 켜지도 못했지만 내가 얼마만큼 아픈지 재고 있었다. 내 몸을 돌보지 못한 시간이 서러웠다. 응급실에 갈 정도로 아팠지만, 응급실이 싫었다. 무너진 건강을 응급처치해가며 일상으로 끊임없이 돌아가야 하는 생활이 끔찍했다. LED 빛 때문에 어지러운 상황에서 사람이 북적이고 밝고 한참은 기다려 새벽 3시 정도나 되어서 내 차례가 오는 응급실에 가지 싫었다. 


친구는 내 증상을 듣더니 바닥에 일단 누워보라며 이불을 폈다. 소화제를 먹이고 엄지와 검지 사이의 손 맥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고선 팔과 다리를 조물조물하고 등을 두드렸다. 얼마 정도의 시간 동안 인지도 모를 긴 시간 동안 친구는 나를 주물렀다. 그렇게 링거 한 대 맞기 위해 응급실에 가서 몇 시간을 보내지 않고 내 공간에서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친구의 부축을 받고 병원에 기어갔더니 위장염이라고 했다. 친구는 그 정도로 아픈 상태의 나를 다음날까지 버티게 했다. 무리하면 응급실이 있고, 링거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무리해서 쓰러지기 전에 옆에서 아프면 쉬라고 해주는 사람, 무리하는 걸 알아 채주는 사람, 내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물어봐 주는 관계 속에서 일상을 지켜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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