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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삐 Jun 07. 2022

다르기에 이해할 수 있다.

선택한 식구가 있어도 1


조회 시간 전 분주히 교과서를 챙기던 반 안에서 나는 소리쳤다.  


“화가 났으면 나한테 직접 말해!”


등교하던 다른 반 학생들은 우리 반 창문 안을 흘끗거렸고, 같은 반 친구들은 모두 멈춰서 나와 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시선들을 넘어서서 이야기해야 할 만큼 간절했다.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풀고 싶었다. 정면으로 우리의 감정을 마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오해한 채 서로 미워했을 터였다. 1년 동안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가족보다도 긴 시간을 붙어있어야 했다. 서로 자연스레 보지 않을 선택권은 없었다. 한 공간 안에서 나머지 시간을 서로 투명인간 취급하며 미워하면서 있고 싶지 않았다.


취미, 취향, 성격 그 어느 것도 비슷한 구석이 없는 우연한 기회로 만난 사람들이 부대끼고 있었다. 학교와 학원 안에서 만난 우리는 우연히 만났지만, 벗어날 수 있는 선택권은 없었다. 싫어도 주어진 기간 동안은 한 공간에서 숨을 쉬어야 했다.


서로 이해하기 위해 교환 일기를, 마음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애정을 담은 작은 쪽지를 썼다. 친구들의 생일을 스터디 플래너에 적어놓고는 초콜릿 케이크를 좋아하는지 생크림 케이크를 좋아하는지 같은 세세한 것들을 캐내 보고는 했다. 쉬는 시간 했던 작은 한 마디가 맘에 걸려 수업 시간 내내 생각했다.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공부를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보다 더 치열하게 친구들과의 관계를 고민했다. 1년이라는 명확한 부대낌의 시간은 우리도 모르게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간이 되어줬다. 학창 시절의 일정한 만남과 이별의 시간 전까지 우리는 멋대로 이별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때의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내놓고 싸울 수 있었다.  

달라서 싸웠고, 달라서 이해하려고 했고, 우리는 서로의 가닿으려는 노력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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