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육아법
TV 채널을 돌리다가 오랜만에 EBS '부모'를 봤다.
한동안 안 본 (정확히 말하면 남편의 잔소리 때문에 못 본) 프로가 그새 싹 바뀌었다.
예전엔 '60분 부모'였는데 '라이브 토크 부모'로... 모든 엄마들의 절대 멘토인 오은영 쌤이 출연하셔서 실시간 라이브톡으로 올라온 사연에 상담을 해주시기에 간만에 흥미롭게 봤다.
오늘의 주제는 '엄마한테 말대꾸하는 아이' 그리고 '말 안하는 아이'.
화면 한쪽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엄마들의 고민글을 보니, 역시 육아는 장난 아니구나 싶다.
"하이고~말 끝마다 따박따박 말대꾸를 해도 걱정, 말을 너무 안 해도 걱정이구나~.
말 안하는 것보단 수다스러운 게 낫지, 암."
"그거 볼 시간에 차라리 희운이를 봐, 응?"
헉! 갑자기 남표니의 환청이 들린다. 내가 이 프로를 볼 때마다 남편은 옆에서 그렇게 잔소리를 해댔다.
"아, 왜? 이게 얼마나 육아에 도움이 되는데~. 냅둬."
그렇게 다시 TV에 시선을 돌리는 내 옆에는 희운이가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좋은 부모가 되겠다고 그거 보는 거잖아."
"당연하지!"
"근데 엄마는 TV본다고 애는 혼자 놀게 방치해두는 게 좋은 부모일까?"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다. 난 더이상 말대꾸하지 않고 TV를 껐다. 그리고 혼자 노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에궁~우리 희운이 혼자 노느라 심심해쪄요? 엄마랑 놀까?"
"응, 자동차 놀이해!"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그걸 보니 쪼끔 미안해진다. 남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나와 희운이를 바라본다. 찔린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좋은 부모가 돼 보겠다고 열심히 육아 프로랑 육아 서적을 들여다보는데,
그것도 좋다. 하.지.만!
그거 본다고 애를 방치할 바에는 안 보는 게 낫다!
차라리 그 시간에 애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애가 하는 말 한 마디에 더 귀기울여라.
그게 바로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이다, 라는 게 바로 우리 남푠님의 말씀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EBS '부모' 프로그램을 한동안 끊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열심히 탐독하던
'화내지 않고 내 아이 키우는 법'이니 '프랑스 엄마의 육아법'이니 하는 책들도 덮었다.
오랜만에 EBS '라이브 부모'를 보니, 언제였는지도 모르는 그날이 생각난다.
그래, 지금은 애가 유치원 가고 없으니까 봐도 되겠지? 그렇지 남푠님아?
P.S- 오늘부터 '내 남편의 육아법'을 연재하려 합니다.
지난 50개월 동안, '준비된 아빠'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내 남편과
그동안 애 키우면서 겪었던, 겪고 있는, 겪을 지도 모르는 육아 에피소드를 나눠보고 싶어요.
많은 육아 팁 주세용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