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의 마지막날, 남편이 일하러 나가서 종일 아들 녀석과 단둘이 집에서 뒹굴방굴했다.
"희운이는 어떻게 살고 싶어?"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왜 갑자기 녀석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녀석은 망설임없이 한마디로 답했다.
"잘~."
"잘 살고 싶어?"
끄덕끄덕.
오호~ 제법 괜찮은 답일세. 내친김에 더 파고들어 볼까?
"잘 사는게 어떤 건데?"
이번엔 녀석이 잠시 뜸을 들인다.
"행복하게 사는 거~.그거야."
그래, 맞네. 행복하게 사는 게 잘 사는 거지. 근데 녀석이 과연 행복한 게 뭔지는 알까?
"행복하게 사는 게 어떤 건데?"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거나, 맛있는 거 먹거나, 노는 거? 난 녀석의 대답을 점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그냥 행복한 거야."
오호~ 녀석이 갑자기 꼬마철학자처럼 보인다.
"그럼 희운이는 어떨 때가 행복해?"
이번에도 녀석은 한마디로 쿨하게 답했다.
"다~."
정말? 다 행복해?엄마가 안 놀아줘도?
(사실 난 오늘 아이에게 티비를 틀어주고 밀린 집안일을 했다.)
끄덕끄덕하며 녀석이 말한다.
"행복해. 내가 좋아하니까."
엄마가 좋아서 엄마가 안 놀아줘도 행복하다는 녀석의 말에 뭉클했다. 짜식~벌써 엄마를 감동시키다니. 그래, 네 말대로 그냥, 다, 행복하게, 잘 살자. 서로 좋아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