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마워요
결혼한지 3년이 되도록 아이가 안 생겨 고민하던 내 동생은 1년 쯤 전부터 난임 클리닉에 다니기 시작했다.
"언젠간 생기겠지. 마음 편하게 먹어."
나 역시 특별히 피임을 하지 않는데도 3년 넘게 아이가 안 생기다가 어느 날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마음을 비우니 생기더라면서 그렇게 시덥잖은 위로를 했었는데...
"언니, 우리 신랑 무정자증이래."
어느 날 우리 집에 찾아온 동생이 낮은 목소리로 고백했다. 그러면서 수술 날짜를 잡았단다.
무슨 수술인고 하니 정말로 정자가 있는지 없는지 고환을 열어서 확인하는 수술이란다.
정자가 없으면 인공수정도 어려운 현실이니... 동생 입장에선 그것만이 마지막 희망일 터.
제부 입장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다 싶었다.
"안 그래도 의사한테 무정자증일지도 모른다는 얘기 듣고 막 수치스럽다 그러고
술 먹고 오면 울기도 해."
왜 안 그렇겠나. 여자 입장에선 난자가 없다는 말이랑 똑같을 텐데.
주변에 난임 부부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게 내 동생네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갑자기 둘째를 임신해 배가 불룩한 내 모습이 한없이 미안해지고 민망해진다.
첫 애는 내가 생리 주기가 워낙 불규칙해 임신이 쉽지 않았지만 신기하게 출산 후엔
생리 주기가 일정해져서 둘째는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쉽게 생겼는데
정작 내 동생은 그 흔한 아이 하나 갖기도 어려운 몸이 되어 버렸으니...
"괜찮아, 언니. 애 안 생기면 그냥 둘만 살지 뭐. 그래도 내가 애를 많이 바라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랬음 울고 불고 난리났을 텐데."
동생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안다. 애를 많이 바라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걸.
안 그랬음 난임 클리닉을 다닐 일도, 제부가 수술할 일도 없을 거니까.
이틀 후, 수술 결과가 나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동생은 애써 실망감을 감추는 눈치였다.
자기는 이제 아이 없이 자유롭게 살 거라고 신랑이랑 둘이 여기저기 여행 다닐 거라고 말은 했지만
그 사이에 귀엽고 작은 아이 하나가 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아이를 낳을 수 있는데 안 낳는 것과 못 낳는 것은 정말 천지 차이다.
내 동생은 연애와 결혼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했지만 출산은 포기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나는 운좋게(?) 그 세 가지를 할 수 있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행복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가 누리는 행복은 누군가 불행한 댓가라고.
그러니 내가 누리는 행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라고.
어쩌면 나에게 온 두번째 생명은 내 동생이 포기해야 했던 생명은 아니었을까?
내 동생이 누려야 할 기쁨과 행복을 내가 대신 누리게 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