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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영낭자 Apr 12. 2016

선거 전날, 잠 못 이루는 밤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게으름 탓이지만, 기어코 '테러방지법'이라 하는 국정원강화법이 통과되는 걸 보고

언젠가는 브런치에 올린 모든 글도 낱낱이 감시당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도무지 이런 공개된 공간에는 글쓰기 싫어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

내가 스스로 칭한 '감성에세이'라는 것이, 몰상식과 몰염치가 판치는 암담한 현실에

무슨 효용이 있을까 싶은 회의 때문이었다. 내 처음 의도는, 매일 힘들더라도 그 속에서 감사한 일을 찾아내자는 뭐 그런 거였는데, 그건 지극히 현실도피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다.

현실이 힘들면, 그것을 대하는 자세는 크게 두 가지다.

그 속에서도 감사함을 찾고, 자체적으로 '힐링'이나 하자는 소극적인 주의,

아니면 힘든 현실을 타파하고 개선해보자는 적극적인 주의. 난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부로 감성에세이 따윈 집어치우기로 했다.

(새로운 아이템의 글을 연재할까 말까...고민 중이다. 이것은 내일 선거 결과를 보고 판단하기로.

왜냐면, 내일 새누리당이 압승하게 되면 분명 테러방지법에 의해 브런치 작가들도 모두 감시당할 것이

분명하기에...)

 

일단 오늘은 선거 전날이고,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기적같은 일을 꿈꾸며

홍길동전'을 썼던 허균 선생님의 '호민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천하에 두려워해야 할 바는 오직 백성일 뿐이다. 대저 이루어진 것만을 함께 즐거워하느라 항상 눈앞의 일들에 얽매이고, 그냥 따라서 법이나 지키면서 윗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는 사람들이란 항민(恒民)이다. 항민이란 두렵지 않다. 모질게 빼앗겨서, 살이 벗겨지고 뼈골이 부서지며, 집안의 수입과 땅의 소출을 다 바쳐서, 한없는 요구에 제공하느라 시름하고 탄식하면서 그들의 윗사람을 탓하는 사람들이란 원민(怨民)이다. 원민도 결코 두렵지 않다. 자취를 푸줏간 속에 숨기고 몰래 딴 마음을 품고서, 천지간(天地間)을 흘겨보다가 혹시 시대적인 변고라도 있다면 자기의 소원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란 호민(豪民)이다. 대저 호민이란 몹시 두려워해야 할 사람이다.” 


이 '호민론'을 사실 며칠 전에 한 블로그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가히 '허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명문이다. 이걸 보며 내 생각도 굳히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항민'으로 살아왔음을 인정하고,이제부턴 '호민'으로 살겠노라고.

그저 거리에서 만난 세월호 유족들과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노란 리본 고리나 사들고

'귀향'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는데 그치지 않고,

나도 세월호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귀향'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되겠노라고.

그렇게 적극적으로 내가 우리 아들을 위해 좀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선거 전날, 굳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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