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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영낭자 Jun 29. 2016

엄마라는 삶

감사하는 삶

"넌 살면서 언제가 제일 즐거웠냐?"        

"첫아들 낳았을 때."        

"그럼 언제가 제일 슬펐어?"        

"첫아들 죽었을 때."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김혜자는 인생의 가장 즐거웠던 순간과 가장 슬펐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제대로 손 써보지도 못하고 아이를 품에서 보내고 난 뒤, 젊은 엄마는 죽은 아이를 업고 집 근처 숲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늙은 엄마는 아이를 잃었던 그때의 기억으로 돌아가 다시 숲길을 걷고 또 걷는다...                     

그 장면을 봤을 때, 나는 우리 큰 이모가 생각났다. 우리 이모도 젊은 시절, 어린 아들을 둘이나 잃었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너 희운이 휴지 같은 거 갖고 못 놀게 조심해라. 우리 OO이가 휴지가 목에 걸려서 죽었잖아.        

우리 OO이는 기찻길에서 놀다가 죽고."        

"OO이랑 OO이가 얼마나 예뻤는데... 세상에 그렇게 예쁜 애들이 없었어."        

큰 이모 식당 개업을 축하하러 엄마랑 다른 이모들이랑 모두 모여서 밥 먹을 때, 갑작스레 튀어나온 이야기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모의 비밀은 36년 만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큰 애, 작은 애 모두 세 살 전에 불의의     

사고로 앞세웠다고 했다. 큰 이모는 그 이야기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처럼 담담하게 하셨다.     

늘 이모들 중에서 가장 밝고, 웃음 많고, 에너지 넘치는 우리 큰 이모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다니...        

아이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앞세우고 젊은 엄마였던 이모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땐 지금의 내 나이보다도 훨씬 어렸을 텐데... 내가 만약 내 아들을 그렇게 잃는다면 나는 살고 싶지 않을 것만 같은데... 도저히 못 견딜 것만 같은데... 20대 초반의 꽃 같았던 젊은 이모는 도대체 어떻게 견뎌냈을까...?                    

죽은 아이를 업고 걷고 또 걷는 김혜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으로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당장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가 되었어도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김혜자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식들을 더 낳았다. 우리 큰 이모도 마찬가지였다. 이모는 그 뒤로도 아들을 셋이나 더 낳았고,     

큰아들은 올해 마흔이다. 언젠가 큰 오빠를 보면서 이모가 활짝 웃으며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아이고~ 낳은 게 엊그제 같은데 네가 벌써 마흔이냐? 호호호."                    

엄마라는 삶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서 또 다른 내 자식들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내 품에 자식이 있을 때, 그 자식을 힘껏 사랑하고 보듬어야 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그저 내 곁에 건강히 살아있어 주는 것 자체로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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