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숙영낭자 Aug 22. 2016

니모의 후유증

내 남편의 육아법

수족관에 갇힌 니모

어제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이 동태찌개를 만드는 걸 보고 우리도 저녁 메뉴를 동태찌개로 결정했다.

생선은 희운이도 잘 먹는 거라서 우리 부부는 제일 큼지막한 동태살의 가시를 발라서 희운이 접시에 놓아줬다.

"이건 동태라는 물고기야. 희운이도 예전에 먹어봤던 거야."

"물꼬기?"

"응, 물고기. 아주 맛있는 물고기야."

"싫어, 안 먹어. 물고기는 잡아먹으면 안 돼. 어항에 넣어도 안 돼."


잉?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니모를 찾아서 봤잖아. 거기서 니모가 어항에 갇혀서 불쌍했구나?"

남편의 말에 희운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니모를 찾아서'에서 어린 물고기 니모는 아빠가 보는 앞에서 사람에게 잡혀간다. 그리고 좁은 수족관에

갇히고 만다. 니모 아빠는 상어도 만나고, 고래뱃속에도 갇히면서도 니모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데...

니모 역시 좁은 수족관에서 다른 물고기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 과정을 보며 아이는 매우 궁금해했다.

"니모가 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아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만날 수 있을 거야."

(모든 애니메이션의 결론은 해피엔딩이니까!)


희운이 눈에는 식탁 위의 동태가 니모처럼 보였나 보다.

녀석은 끝까지 동태는 거들떠도 안 보고 찌개 속의 두부랑 내가 대안(?)으로 내놓은 불고기를 먹었다.

물고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 

이러다 영영 모든 물고기를 안 먹으면 어떡하지?


"놔둬. 시간 지나면 저절로 괜찮아질 거야. 우리도 어렸을 때 복날에 어른들이 개 잡아먹는 걸 보고

충격받았잖아."

니모를 괜히 보여줬나 보다 하며 걱정하는 나에게 남편은 쿨한 처방을 내린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방금 희운이에게 먹인 불고기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어

무자비하게 도살된 결과라는 걸 알게 된다면 녀석은 고기도 거부하겠지.

고기에 비하면 물고기는 양반이라고 해명해봤자 소용없는 노릇일 터.

앞으로 희운이는 얼마나 많은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될까?

그때마다 부모로서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그나저나 니모의 후유증은 얼마나 가려나?






매거진의 이전글 단호박 엄마 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