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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영낭자 Aug 28. 2016

단호박 엄마 되기

내 남편의 육아법

요새 5살 아들 녀석은 '싫어!' '엄마 미워!' '저리 가!'가 입에 붙었다. 

엄마가 밉다면서도 툭하면 내 품에 기어들어와 울고 징징거리고 떼를 쓴다. 

나는 녀석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마다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곤조곤 상황을 설명해주고 설득하려고 하는 편이다. 

"희운이가 그렇게 나쁜 말을 쓰면 친구 기분이 어떨 거 같아? 기분 나쁘고 속상하겠지?

희운이도 친구가 '너 싫어, 안 놀아, 저리 가!' 그러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고개 끄덕끄덕)

그래, 그러니까 다음부턴 예쁜 말 고운 말 쓰고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요~"


하지만 우리 남편은 다르다.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확실하게 혼을 내야 한다는 주의다. 

오늘 아침에도 작은 사건(?)이 벌어졌다. 발단은 사소했다. 녀석이 요새 정말 빠져있는 

터닝메카드 배틀 놀이를  하려는데 원하는 터닝메카드 장난감이 보이지 않았던 거다.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나는 일단 아침밥을 먹고 같이 찾아보자 했지만 녀석은 막무가내였다. 

"싫어! 밥 안 먹을 거야!"

나는 계속 타이르며 좋은 말로 달랬지만 녀석은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며 나의 모든 말을 거부했다. 

"그럼 밥 먹지 마. 울 거면 저리 가서 혼자 울어."

남편의 단호한 한 마디에 녀석의 울음소리는 더 커졌고, 사태(?)는 더 심각해졌다. 

순식간에 무거워진 분위기... (아, 정말 싫다!) 

녀석이 내 품에 안기면서 울려고 한다. 이럴 땐 나도 남편의 눈치가 보인다. 그럴 때일수록 

절대 받아주지 말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기 때문이다. 


"내가 늘 말했잖아. 양육과 훈육은 구분해야 한다고. 훈육할 때는 목소리, 표정도 엄하게. 

그래야 아이가 엄마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걸 눈치채고 잘못된 행동을 빨리 그만둘 수 있는데

자기처럼 늘 부드럽게 말하면 아이는 엄마가 자길 혼낸다는 걸 절대 구분 못해. 할머니도 

구분 못해. 그러니까 제발 단호하게 대처해." 


남편 말이 맞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서 그게 잘 안됐다.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 

우는 희운이를 안고 달래다가 울음을 빨리 그치게 하려고 농담을 건넸다. 

그랬더니 아이는 더욱 큰 소리로 울면서 짜증을 냈다.


"자기가 하는 걸 보면 꼭 희운이를 놀리는 것 같아. 애가 장난감이야? 아니잖아. 

엄마가 훈육할 때도 양육할 때처럼 똑같이 대하면 아이는 늘 헷갈려. 

희운이가 지금은 10분 울지? 6살, 7살 되면 한 시간, 두 시간 울게 될 거야." 


남편의 말에 정신이 든다. 그럼 안 되지. 지금도 1분 우는 게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데... 


"나 예전에 희운이 혼낼 때 봤잖아. 애가 30분 동안 울어도 가만히 앉아서 지켜봤어. 

솔직히 그때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다. 희운이 다 울고 나니까 내 눈치 슬금슬금 보면서 

그다음부터는 내가 표정만 좀 엄하게 바꿔도 바로 알아들어. 그렇다고 내가 만날 혼내기만 해? 

놀 때는 재미있게 놀아주잖아. 자기도 혼낼 때는 나처럼 하라고."


그때 남편은 희운이가 바지에 오줌을 지릴 정도로 엄청 무섭게 혼냈었다. 

그 뒤로 희운이는 아빠 말이라면 곧잘 듣는다. 그렇다고 아빠를 무서워하거나 멀리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남편은 놀 때는 사자도 되었다가, 얼룩말도 되었다가... 망가짐을 불사하면서

아이랑 즐겁게 놀아준다. 아이는 아빠가 자기를 사랑하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 나도 결심했어! 나도 훈육할 때는 단호하게, '단호박 엄마'가 되리라!

그렇게 마음먹고 계속 징징거리고 있는 희운이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침대에 앉아 있고, 녀석은 침대 모서리에 몸을 던져서 더 서럽게 울었다. 

"희운이가 다 울 때까지 엄마 기다릴게. 다 울면 말해." 


그렇게 5분이 지났을까? 녀석의 울음소리가 잦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곧 일어나겠지... 그렇게 몇 분을 더 기다렸다.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는데....? 슬쩍 엎드려 있는 녀석의 얼굴을 살펴보니 뭔가 이상하다. 

눈을 감고 자고 있다!!!



여전히 눈물 콧물 범벅인 채로.. 녀석은 그렇게 꿈나라로 가버렸다. 

아~ 맘먹고 제대로 된 훈육 좀 해보려고 했더니만... T-T

왠지 허탈하다. 같이 기다리던 남편도 어이없어 웃는다. 



이 글을 쓴 지 30분이 지났는데... 녀석은 여전히 잔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야 되나? 어찌해야 할지 남편과 또 상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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