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육아법
지난 주말, 친한 언니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언니나 나나 또래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육아에 대한 에피소드를 많이 나누는데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는 한 애기 엄마는 내가 애한테 뭐 사탕이라도 주려고 하면 막 손사래를 치면서 그러지 말라고,
애한테 물어보고 주라고 그런다?"
"왜요?"
"애기 엄마 하는 거 보니까 꼭 애한테 그렇게 물어봐. OO아, 이거 줘도 될까? 엄마가 이렇게
해줘도 되겠니? 이런 식이야. 나중엔 내가 눈치 보여서 애한테 뭘 해주지도 못하겠더라구."
헐~. 세상은 넓고 이상한 엄마는 많다. 육아 전문가가 아닌 내가 봐도 '그건 좀 아닌 듯'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우리 남편 왈,
"그 애가 학교에 갔어. 그럼 선생님이 그 애한테 'OO아, 지금부터 선생님이 OO이한테
국어를 가르쳐줘도 될까?' 그 애가 군대에 갔어. 훈련 교관이 이러는 거지.
'지금부터 자네에게 레펠 훈련을 시켜도 될까?' 그런 거랑 똑같은 거네."
"근데 그 엄마는 그렇게 일일이 물어보는 게 아이를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
그게 아이를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우리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엄마는 그런 식의 대화(?)로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착각이다.
누군가 호의를 베풀 때조차도 옆에서 엄마가 아이한테 'OO아, 이 아줌마가 너한테
사탕을 주려고 하시네. 받아도 될까?'라고 물어본다면, 얼핏 보면 아이에게
판단을 맡기는 듯하지만 사실상 엄마가 중간에서 블로킹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매번 그렇게 물어본다는 자체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그냥 누가 예뻐서 사탕을 주면 애한테 '고맙습니다~ 하고 받으렴.' 하고 말해주는 게
더 낫지 않나? 상식적으로도 그게 맞고.
문제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다.
이런 식으로라면 나중에 'OO아, 지금부터 엄마가 널 혼내도 될까?' 이렇게 말할 게 뻔하다.
그러면서 난 아이를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아이의 인격을 존중하는 올바른 훈육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분명한 착각이다. 오히려 엄마가 아이의 판단을 '구걸'하며
부모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꼴이다. 왜 엄마가 아이의 눈치를 봐야 하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배의 선장과 조타수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예측할 수 없는 변덕스러운 바다와 싸우며
최대한 안정적으로 자식이라는 배를 몰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과 같다.
선장이 제대로 된 권위와 리더십을 갖지 못하면 배는 우왕좌왕하다 결국 표류하게 될지도 모른다.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부모가 먼저 알려주고 이끌어주면 아이는 안정적으로 따라오는데
반대로 부모가 판단을 아이에게 맡기면 아이는 오히려 부담감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한다.
나도 예전엔 희운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엄하게 다스리지 않고 '넌 어떻게 생각하니?'
조곤조곤 차분한 말로 설득하려고 했었다. 그게 아이를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남편은 무척이나 못마땅해하면서 제대로 된 훈육을 하라고,
그거야말로 진짜 아이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구구절절 설파했다.
남편이 말하는 제대로 된 훈육은, 아이가 잘못했을 땐 따끔하고 단호한 어조로 혼내고
혼낸 뒤엔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이다. 뭐가 잘못됐는지 차분하게 설명하고 아이의 생각을 묻는 건
혼내고 난 뒤의 문제라는 것이다.
남편의 말을 받아들이기까지 나도 참 시간이 걸렸지만, 정말 그대로 해보니까
아이가 훨씬 예전보다 내 말을 잘 듣는 것 같다. 여전히 아이는 제 아빠 말을 훨씬 잘 듣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