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물건 버리기 프로젝트
12월이 되면서 틈나는 대로 안 입는 옷을 버리고 있다.
옷장엔 아직도 여름옷이 사방에 굴러다닌다.
철 지난 옷들이 철들지 못한 게으른 주인을 원망하는 것 같다. 큰 맘먹고 그것들부터 압축팩에 넣고
언젠가 (살 빠지면) 입어야지 하고 쟁여둔 옷들부터 과감히 버리고,
지난 1년 동안 입지 않은 옷들도 아웃~!
그런 식으로 정리하다 보니 얼추 옷장의 절반 정도가 빈다.
큼지막한 상자 가득 쌓인 버릴 옷들을 보니 내가 슈퍼모델 이소라보다도 더 많은 옷을 갖고 살았구나 싶다.
그렇게 옷장 정리를 하다가 뜻밖의 물건 두 가지를 발견했다.
하나는 겨울 패딩 주머니에서 발견한 현금 2400원! (이게 웬 횡재냐~)
다른 하나는 서랍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흰색 니트 모자다.
2주 전인가... 강남역 지하상가 매장에서 니트 모자를 사야지 하고 한참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별로 맘에 드는 게 없어서 인터넷으로 사야지 하고 그냥 돌아왔는데
내 마음에 딱 드는 니트 모자가 다름 아닌 우리 집 옷장 서랍에 있었던 거다.
어떻게 이 모자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새 모자를 사려고 했었는지 원...
그때 안 샀기에 망정이지 샀으면 괜히 엄한 돈 날릴 뻔했다.
게다가 쓸데없이 모자 사겠다고 돌아다닐 필요도 없었을 텐데.
정리를 하면 이렇게 불필요한 소비는 물론 나의 귀한 시간도 아낄 수 있다.
옷장 정리하다가 또 발견한 게 작년 이맘때 아빠가 희운이 주라고 한가득 보내주신 장갑과 덧신이다.
그런데 희운이가 하기엔 너무 커서 쇼핑백에 대충 넣어서 구석에 처박아두었다.
새 거라 버리긴 아까워 아는 분께 드렸는데 그분이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나눠 드렸단다.
다들 너무 좋아하시더라면서 나한테 고맙다는 인사까지 전해주시는데 몸 둘 바를 몰랐다.
"연말연시에 좋은 일 하신 거죠."
지하철 광고에서 '나에겐 고물, 누군가에겐 보물'이라는 중고장터 광고 카피를 봤을 땐
그냥 상투적인 표현이려니 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정말 그렇다.
내가 나눈 장갑과 덧신으로 누군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정리하면 이렇게 '마음의 부자'도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