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숙영낭자 Dec 08. 2016

제때 못한 정리는 모든 걸 망친다

100가지 물건 버리기 프로젝트 

물건을 잃어버리고 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정말 못 봤어? 자기 사무실 책상 위에 있었잖아. 도대체 어디에 둔 거야?"

"미안한데 나 지금 그거 말고도 신경 쓸 게 많거든? 나중에 찾아주면 안 될까?"

"나는 그거 하나가 너무 신경 쓰여. 빨리 찾아서 보내줘야 된단 말이야. 그래야 다른 일도 손에 잡힐 거 같아."


나는 2주째 남편을 닦달하고 있다. 잃어버린 가수 조항조의 사인지 때문에.

지난달 방송을 내보낸 후에, 주요 사례자로 나온 일반인 출연자에게 감사의 의미로 

우리 프로그램의 내레이터였던 가수 조항조 씨의 사인을 받아다 주겠노라 약속했더랬다.  

방송 나간 후에 보내드려야지 하고 사무실에 그 사인지를 두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정말로 그 사인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모든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다시 사무실에 가서 찾아봐도 없고, 집으로 가져온 것 같다는 신랑의 말에 집구석 여기저기를 

뒤졌지만 사인지에 발이 달렸는지 도통 보이질 않는다. 그 와중에 출연자에게 온 카톡.

'작가님, 조항조 님 사인은 받으셨나요? 기대돼요~'

으아~ 정말 일났다. 어떻게든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때부터 

낮이고 밤이고 생각날 때마다 남편을 추궁해가며 집구석을 뒤졌다. 

나중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 작가한테 전화해서 다시 한번 

사무실을 뒤져보라 시키기까지... 하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아, 정말 다른 할 일도 많은데 그 사인지를 찾기 전에는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힐 것 같았다. 

스트레스는 점점 치솟아 오르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뒀단 말인가!

내가 뒤져보지 않은 곳이 어디일까? 그날 밤도 그런 생각으로 잠을 설치고 있을 때... 

'차 트렁크!'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차 트렁크 뒤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잡동사니 속에서 나는 쇼핑백 

하나를 찾아냈다. 거기엔 내가 집에 가져가려고 챙겨둔 각종 원고 뭉치와 종이 서류가 들어있었고, 

투명 파일 맨 앞장에 떡하니 사인지가 들어있는 게 아닌가!

오 마이 갓! 그때야 잃어버린 기억이 한꺼번에 돌아왔다. 사무실 남편 책상 위에 놓여있던 

파일을 챙겨서 집으로 가져가야지 하고 차 뒤 트렁크에 던져놓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엄한 남편하고 막내작가를 닦달해댄 거다. 

아이고... 내가 못 살아. 정말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물건을 제때, 제 장소에 놓아두지 않고 나중에 정리해야지 하고 미룬 탓이다. 


이것 때문에 꼬박 2주 동안 밤에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받고, 시간 낭비하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말이다. 

정리 하나를 제대로 안 해서 나는 건강, 시간, 인간관계 모두 다 손해를 본 셈이다.

출연자에게 사인지를 등기로 보냈다. 늦어서 죄송하다는 손편지와 함께. 

빨리 보냈으면 일반 우편 값으로도 충분했을 걸... 이로써 돈 낭비까지 추가. 


정리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각종 손해, 그중 가장 큰 손해는 

내가 그 사인지를 찾느라 허비하는 시간에 정작 내 가족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거다. 

우리 아이와 더 많이 놀아줄 여유로운 마음과 시간을 뺏겨버린 게 가장 아프고 속상하다. 

그리고 나 때문에 덩달아 같이 물건 찾느라 고생한 남편도... 

남편이 중요한 일에 신경 쓸 기회를 내가 뺏어버린 거다. 정말 미안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물건을 제때 정리하는 습관이야말로 시간, 돈, 인간관계 그리고 나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선제 조건이라는 사실을. 


매거진의 이전글 정리하면 부자가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