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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영낭자 Dec 06. 2016

물건을 버리면 게으름도 버려진다

100가지 물건 버리기 프로젝트


어떤 물건을 먼저 버릴까? 답은 쉽다. 안 쓰는 물건, 필요하지 않은 물건부터 버리는 거다. 

안 쓰는 물건이 곧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다. 나는 그 기준을 '지난 1년 동안 썼느냐, 안 썼느냐'로 잡고 있다. 

하지만 막상 물건을 보자니, 지난 1년 동안 안 썼어도 앞으로 언젠가는 쓸 것만 같다. 

멀쩡한데 버리기 아깝다. 중고나라에 팔면 돈이 될 것도 같다. 

시작도 하기 전에 내 의지를 무너뜨리는 유혹이 내면에서 소용돌이친다. 

그래서 일단은 정말 없애야만 하는 물건들을 리스트업 하기로 했다. 

(이렇게 메모지에 손을 놀려서 쓰다 보면 생각보다 생각이 잘 정리된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니 대략 15개가 넘는 물건들이 추려졌다. 

이것들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버리기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만약 안 쓰는 물건,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대한 기준도 잡지 못했고, 버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면

기준을 좀 더 구체화시켜서 적는 걸 추천한다.

내가 생각한 우선 기준은 '건강을 해칠 만한 물건'이다. 

유통기한이 지나서 사용하면 위험한 약이나 화장품, 비위생적인 주방용품 등이 대표적.


찢어져서 먼지가 많이 묻는 아이 매트부터 과감히 돌돌 말아서 테이핑하고

곰팡이가 잔뜩 핀 대나무 채반, 유통기한이 지난 약(참고로, 약을 버릴 땐 약국에 가서 버려야 한다)과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음식물을 우선적으로 버렸다. 

'나중에 버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미루고 미뤘던 나의 게으름까지도 함께.

그렇게 버리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아! 왜 내가 이런 쓸데없는 물건들을 그동안 끼고 살았을까?

겨우 네댓 가지의 물건을 버리는데 어떤 물건은 한 달, 어떤 물건은 1년이 넘게 걸렸다. 

마음만 먹으면 진즉 쉽게 정리할 수 있었는데 무거운 엉덩이와 뒤로 미루는 습관, 게으름 때문에 

그동안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물건들을 집안 곳곳에 '버려두고' 살았던 거다.

이제 인정한다. 그동안 우리 집은 쓰레기장이었다. 


아직도 버릴 물건들 천지지만 시작이 중요하다. 

물건 하나를 버릴 수 있게 되면 10개, 100개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그만큼 게으름도 버려진다. 그래서 물건을 버리는 건 나의 게으름과 작별하는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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