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마워요
"사랑하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것이다."
(To love is to receive a glimpse of heaven)
by 카렌 선드 (Karen Sunde; 1942년 미국에서 태어난 유명 연극배우이자 극작가)
카렌 선드의 이 유명한 명언을 빌리자면, 나는 오늘 살짝 천국을 엿본 기분이다.
왜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남자 중 한 남자에게서 사랑 고백을 받았으므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저녁이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들 녀석이 붕어빵을 간식으로 먹더니 이내 기저귀 하나를 들고 온다.
똥 마렵다는 뜻이다.
아직도 똥은 변기가 아니라 기저귀에 싸야 편하다고 하는 녀석 ,
내년이면 벌써 다섯 살인데 언제나 기저귀를 떼려나...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바지를 벗기고 기저귀를 막 채워주려는 찰나,
갑자기 녀석이 와락 내 목을 끌어안는다.
어어... 왜 갑자기 그러는 거야?
"엄마, 사랑해~."
녀석은 얼떨떨해하는 나를 꼭 끌어안고 사랑해~라고 다시 한번 분명하게 고백했다.
내 목덜미에 볼을 비비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녀석의 몸짓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이쯤 되면 답을 해줘야겠지?
"엄마도 희운이 사랑해~."
녀석은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씩 웃더니 이내 저만의 똥 싸는 공간으로 달려간다.
아놔, 똥기저귀를 채워주는 순간에 사랑 고백을 받을 줄이야.
예전에도 녀석이 이런 식으로 뜬금없는 고백을 한 적이 있었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가 말고 마주 앉은 나에게 "많이 많이 사랑해!"라고 외친 것이다.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고...
그런 깜찍한 고백을 또 들었으면 좋겠다 내심 바라기도 했는데
드디어 오늘 재연된 것이다. (오늘은 정말 행운의 날이다 ^^)
다음에는 또 어떤 뜻밖의 순간에 사랑고백을 받으려나?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