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난 날, 무사함에 감사

오늘도, 고마워요

by 숙영낭자

제목을 써놓고 보니 아이러니하다.

사고가 났는데, 무사함이라니.

그런데 정말 그랬다.

우리 가족 모두 사고를 당했지만 모두 괜찮았으니까.


12월 31일 저녁.

새로 오픈한 지인의 가게에 가던 길이었다.

술 한 잔 할 요량으로 차를 두고 지인의 차를 얻어타고 갔는데

도로 한복판에 삼각대도 설치하지 않고 무개념으로 서 있던 차 때문에

우리 차가 급정거를 했고, 1초 뒤에 무슨 폭발음처럼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흔들리는 충격을 받았다.

택시가 우리 차를 제대로 박은 거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그렇게 큰 충격은 처음이었다.

이런 게 바로 말로만 듣던 교통사고라는 거구나...!


아이들...! 우리 아이들은 괜찮나?!

뒷좌석엔 모두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차마 돌아보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벌벌 떨면서 뒤를 돌아보니...

카시트에 안전벨트를 착용한 채 곤히 잠들어있던 아이들은 다행히 울지도 않고

무슨 일인가 눈만 끔벅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어른들이야 그렇다 쳐도 아이들이 다쳤더라면...

나는 앞에 무개념으로 서 있던 사고유발차와 택시를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temp_1451653415097.-2146399631.jpeg 교통사고를 직접 겪어보니... 그동안 무사고로 다녔던 게 새삼 감사하다


"와아~ 경찰차다! 경찰 아저씨다~!"

찬바람이 부는 그 사고 도로에 서서 아이들은 출동한 경찰차를 보며 신나했다.

이 와중에도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참 다행이다. 차는 폐차 직전의 모습으로 찌그러졌지만 우리 모두 무사하니...

다시 한번 안전밸트는 생명벨트라는 걸 실감한다.

아이가 심하게 칭얼댈 때마다 가끔 내 무릎에 앉혀서 태우고 갔었는데,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짓이었는지 사고를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부터 엄마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안전밸트를 맬 거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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