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숙영낭자 Jan 03. 2016

아이가 5살이 된 날, 녀석의 한 마디

오늘도, 고마워요

새해가 오기 전, 녀석은  나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이제 희운이 5살 되면 뭐 한다고 했지?"

"기저귀 안 해."

그랬다. 나는 우리 아이가 이렇게나 오래 기저귀를 달고 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남들은 빠르면 24개월 전후로 뗀다는 기저귀를 만 48개월이 되도록 차고 있으니...

물론 오줌은 가린다. 하지만 여전히 밤에 쉬는 못 가려서 기저귀를 안 차면 이불이 오줌 바다가 되기 일쑤다.

똥 쌀 때는 또 어떤가? 변기에 앉으면 물에 빠질 것 같다나? (어쩜 나의 어릴 때와 이리도 비슷한지!)

휴대용 변기조차 거부하고 기저귀에 싸야 똥이 잘 나온다며 고집하는 녀석과 얼마나 밀당을 했는지 모른다.

배변훈련을 엄하게 하면 아이의 성격이 소심해진다는 주위의 말 (실은 엄마의 게으름 탓)에

그냥 손 놓고 있었지만, 유치원 가서도 기저귀를 차고 똥을 싸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서

나는 12월부터 5살이 되면 정말 기저귀를  떼야한다고 녀석의 귀에 딱지가 앉도록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잔소리의 효과가 있었는지, 정말 녀석은 해가 바뀌자마자 똥 마려울 때 기저귀를 찾는 대신

변기에 앉아서 싸려고 시도하고 있다. 변기에 앉자마자 5초도 안돼서 '엄마~ 똥 안 나와!' 외치긴 하지만.

"5살이 되면 기저귀 떼기로 약속했잖아?"

나의 핀잔에 녀석은 능청스럽게 대꾸한다.

"엄마가 기저귀 떼는 연습을 시켰어야지~"

헐~. 정곡을 찌르는 녀석의 일침(!)에 할 말을 잃었다.


외출하려고 옷을 갈아입는데 녀석이 낑낑댄다.

바지는 앞뒤가 바뀐 채 양말은 뒤꿈치가 발등으로, 신발도 왼발 오른발 거꾸로...

내가 살짝 도와주려 하자 녀석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말한다.

"엄마! 내가 혼자 할 수 있어~. 나 이제 5살이잖아~!"

불과 엊그제까지 4살 아기 같았던 녀석이 갑자기 5살 애어른이 되었네.

오늘도 녀석의 한 마디에 웃는다.


결국 혼자 모자를 쓰는 데 성공! 난 5살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사고가 난 날, 무사함에 감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