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마워요
"엄마, 우동 버스, 우동 버스!"
아빠와 함께 귤을 사러 간 아들 녀석이 추위에 볼이 빨개져 들어와서는 또다시 나가잔다.
오다가 우동파는 버스를 봤다는 거다.
나도 오며 가며 몇 번 그 버스를 본 적이 있다.
우동과 초밥 같은 걸 파는 것 같았는데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한 적은 많았지만
정작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은 없었다.
녀석은 음식을 파는 버스가 있다는 게 신기했는지 거기로 우동 먹으러 가자고 졸랐다.
그래, 가보자. 까짓것.
버스 안은 신세계였다.
창가 양 옆으로 놓인 길쭉한 테이블과 의자는 앉기 편하고 깔끔했으며
무엇보다 착한 가격에 맛도 좋은 초밥과 우동이 일품이었다.
세 식구 모두 배부르게 먹고 기분 좋게 돌아가는 길, 아들 녀석이 말한다.
"엄마, 여기 오길 잘했지?"
"응, 희운이 덕에 좋은 경험했네?"
으쓱해하는 아들 녀석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동안 이 버스를 볼 때마다 그렇게 궁금해했으면서도 나는 왜 한 번도 안 들어가봤을까?
허름해 보이는데 맛도 별로일 거야. 분명 저런 데는 카드도 안 될 텐데.
그런 편견 때문에 지나치고...
에이, 귀찮아. 다음에 언제 한번 가지 뭐.
그런 귀차니즘 때문에 또 지나치고...
그런데 입버릇처럼 말했던 '다음'과 '언제 한번'이 6개월이 되고 1년이 되더라...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건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아이의 모습에 자극받을 때가 많다.
적당한 호기심, 생각만 많고 행동은 굼뜨며 미루기는 습관이 되어버린 나.
'나중에 언젠가'가 어른의 시간이라면 '지금 이 순간'은 아이의 시간이다.
아이는 어른을 보고 배운다지만 어른이 아이를 보고 배우는 게 더 많다.
오늘도 아이 덕에 좋은 경험을 했다.
우동 버스, 다음에 또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