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숙영낭자 Jan 11. 2016

우동 버스에 탄 날, 아이에게 배움

오늘도, 고마워요

"엄마, 우동 버스, 우동 버스!"

아빠와 함께 귤을 사러 간 아들 녀석이 추위에 볼이 빨개져 들어와서는 또다시 나가잔다. 

오다가 우동파는 버스를 봤다는 거다. 

나도 오며 가며 몇 번 그 버스를 본 적이 있다. 

우동과 초밥 같은 걸 파는 것 같았는데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한 적은 많았지만 

정작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은 없었다. 

녀석은 음식을 파는 버스가 있다는 게 신기했는지 거기로 우동 먹으러 가자고 졸랐다. 

그래, 가보자.  까짓것. 


그토록 궁금했던 버스 내부의 모습, 있을 건 다 있다. 


단돈 5000원인 연어초밥 그리고 얼큰한 우동 


버스 안은 신세계였다. 

창가 양 옆으로 놓인 길쭉한 테이블과 의자는 앉기 편하고 깔끔했으며

무엇보다 착한 가격에 맛도 좋은 초밥과 우동이 일품이었다. 

세 식구 모두 배부르게 먹고 기분 좋게 돌아가는 길, 아들 녀석이 말한다. 

"엄마, 여기 오길 잘했지?" 

"응, 희운이 덕에 좋은 경험했네?"


으쓱해하는 아들 녀석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동안 이 버스를 볼 때마다 그렇게 궁금해했으면서도 나는 왜 한 번도 안 들어가봤을까?

허름해 보이는데 맛도 별로일 거야. 분명 저런 데는 카드도 안 될 텐데. 

그런 편견 때문에 지나치고... 

에이, 귀찮아. 다음에 언제 한번 가지 뭐.

그런 귀차니즘 때문에 또 지나치고... 

그런데 입버릇처럼 말했던 '다음'과 '언제 한번'이 6개월이 되고 1년이 되더라...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건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아이의 모습에 자극받을 때가 많다. 

적당한 호기심,  생각만 많고 행동은 굼뜨며 미루기는 습관이 되어버린 나.

'나중에 언젠가'가 어른의 시간이라면 '지금 이 순간'은 아이의 시간이다. 

아이는 어른을 보고 배운다지만 어른이 아이를 보고 배우는 게 더 많다. 

오늘도 아이 덕에 좋은 경험을 했다. 

우동 버스, 다음에 또 오자! 






매거진의 이전글 단순 명료한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