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동화) 4장. 이 시간, 산타마을2

어린이와 어른이(어른아이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by 은혜은

Chapter 4. 이 시간, 산타마을 2.




선물 분류소와 똑 닮은 뾰족한 지붕의 작은 오두막집 앞에 도착했어. 작게 노크하고 성큼 들어섰지. 벽난로에 타오르는 불꽃 덕분에 오두막 안은 따듯하고 편안한 느낌이야. 산타는 커다란 창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어. 키티가 가까이 다가가자 반가운 미소를 지으셨지.


“어서 와, 키티. 여기 와서 이것 좀 보게.”


산타가 손짓한 곳엔 바닥부터 천장까지 쭉 연결된 투명하고 길쭉한 여덟 개의 유리관들이 늘어서 있어.

각 유리관엔 번호도 쓰여 있어. 1번부터 7번까지 유리관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로 물든 다양한 물질들로 채워져 있어. 젤리처럼 말랑거리는 것도 있고 주스처럼 걸쭉한 액체가 들어있는 것도 있어. 비눗방울처럼 퐁퐁거리며 솟아오르는 것도 보여. 성분은 다르지만 모두 따듯한 기운을 뿜어내며 빛나고 있었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리관 앞에 이름표도 붙어있어.


마음 성적 여행 건강 취업 선물


이름표는 유리관 안에 있는 물질의 양이나 색감에 따라, 색이 진해졌다가 연해지기도 하고 밝게 빛났다가 조금 흐려지기도 해. 정신없이 들여다보게 되는 이 유리관들은 일 년 동안 사람들의 소망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소망 유리관이야. 소망에 따라 각각 다른 색으로 빛나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은 소망들은 빨갛게 빛나고,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마음들은 주황빛으로 반짝여. 일상을 떠나 여행으로 충전하고 싶은 마음들은 노랗게 빛나고 각자의 마음속에 빛나는 꿈들은 초록으로 물들었어.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들은 밝은 파랑으로 깜빡이고, 직장을 얻고 싶은 마음들은 남색으로 채워졌어. 아이들의 희망을 담은 보라색은 가장 요란하게 퐁퐁거리며 튀어 오르고 있어. 보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가 나오지.


그런데 그 옆에 8번 유리관은 좀 달라. 뿌옇고 짙은 회색 연기들로 가득 차있어. 산타가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건 그 8번 유리관이었어. 8번 유리관의 이름은 ‘불신’이야. 회색연기는 산타를 믿지 않는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지거든.


“ 키티, 회색마음이 늘어났어. 지금껏 본 적 없을 만큼 많이 말이야.”


산타 목소리에 근심이 가득했어.


“대체 이렇게 회색마음이 늘어난 이유가 뭐지?”


해마다 회색마음의 크기는 늘었다 줄었다 하긴 하지만 올해만큼 쑥 늘어난 경우는 처음이라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았어.

8번 유리관을 쳐다보는 키티의 얼굴도 굳어졌지. 그리고 얼핏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어.


“어쩌면 그 때문인 것 같아요.”


망설이는 키티의 목소리에 산타가 물었어.


“무언가 아는 게 있으면 말해 다오. 이 이상 회색마음이 늘어난다면 우리 산타마을 전체에 영향을 주는 큰일이 될 거야.”


키티는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했어.


“각 지역을 관찰하는 요정들에게 들은 말인데요. 요즘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노래가 있대요.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져서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부르게 된 노래라는데, 산타는 없다는 내용의 노래래요.”


키티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산타의 표정을 살폈어. 너무 충격받지 않았는지 걱정이 됐거든. 아니나 다를까 산타의 눈썹이 한껏 찌푸려졌어. 그래서 이어지는 뒷말을 하기가 더 힘들었지. 키티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어.


“그런데 문제는 그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실제로 산타를 믿는 마음이 점점 옅어졌다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거예요. 관찰요정들이 그 노래가 유행하는 몇몇 지역에서 무지개 빛이 옅어진다고 말했는데 제가 귀담아듣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말 줄 알았거든요.”


일렁이는 회색연기들을 바라보며 키티가 자책했어.


“지금 보니 그냥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 같아요. 나쁜 의도를 꼭꼭 뭉쳐서 노래에 넣은 것처럼 기운이 강력해요.”


키티의 말이 끝났지만 산타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어.


“어떻게 그런 노래가 나올 수 있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산타를 믿지 않는다고?”


반문하는 산타 음성이 가늘게 떨려 왔어. 충격을 받았는지 발끝까지 닿도록 길게 늘어진 구불구불 풍성한 수염도 파르르 떨려 왔지.


“관찰요정들이 말할 때만 해도 이렇게나 회색 마음이 많이 늘어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키티는 미리 말하지 않은 걸 후회했어.



<Chapter 4. 이 시간, 산타마을 3>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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