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행사의 최고봉
형아의 생일과 동생의 생일.
연중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들이 있습니다.
가족 각자의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대부분의 집에서 비슷할 겁니다.
우리 집엔 하루가 더 있습니다.
형아의 생일과 동생의 생일.
본인 생일도 아니고 형아와 동생의 생일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된 건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
아이들 생일은 즐거움보단 조금 고단하고 난감한 날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생일인 아이는 선물을 받았으니 당연히 즐거워하지만, 생일이 아니라서 선물을 못 받은 아이는 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내 생일은 언제 와요? 몇 밤 남았어요?"를 수십 번 반복했습니다.
지치기도 하고, 그렇게 받고 싶을까 좀 짠하기도 하고.
똑같은 일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 생각을 좀 바꿔봤습니다.
내 생일이 아니라서 더 기쁜 날을 만들어보자!
아이들을 앉혀놓고 얘기를 했습니다.
"엄마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우리 우주랑 별이 생일은 너무 기쁜 날이지. 가족이 태어난 날이잖아. 그래서 든 생각인데, 우주 생일엔 별이도 선물을 주고 별이 생일엔 우주에게도 선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말에 아이들 눈이 동그래집니다. 첫째가 말합니다.
"내 생일인데 왜 별이도 선물을 줘요?"
별이도 같은 생각인지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우주 생일에 별이에게도 선물을 주는 건 '세상에서 가장 멋진' 형아가 생긴 걸 축하하는거야. 형아가 태어나줘서 별이에게 동네방네 자랑할 수 있는 형아가 생긴 거잖아. 정말 중요한 날이지."
내 말에 아이들 표정이 환해집니다.
"물론 별이 생일엔 우주도 선물을 받게 될 거야. 이렇게 '귀엽고 든든한 동생'이 생긴 걸 축하받아야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둘이 신이 나서 빙빙 돌더니, "사랑해." 하며 서로 꼭 끌어안습니다.
그날 이후로 아이들 생일은 말 그대로 생일다운 즐거운 날이 되었습니다.
생일인 아이는 생일이라 즐겁고, 생일이 아닌 아이는 멋진 형제가 생긴 걸 축하받아 즐거운 날.
본인 생일은 '당연히 선물 받는 날'이라는 생각에 그 즐거움이 좀 반감되지만 '형제가 생긴 걸 축하받는 선물'은 내가 아닌 '형제'가 존재함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선물이라, 아이들은 그 선물을 더 설레어합니다.
내일은 첫째 우주의 생일입니다.
우주는 이제 컸다고 생일이라도 덤덤하니 귀여운 맛이 좀 없어졌지만 형아 생일 앞두고 종종거리며 형아에게 애교를 떠는 별이는 아주 귀엽습니다.
매일 투닥거리며 아웅다웅하다가도 일 년 중 어느 때보다 사이가 돈독해지는 날.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감사하게 되는 날.
우리 집 연중 행사의 최고봉은 '형아의 생일과 동생의 생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