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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은 Dec 29. 2023

세상에 없을 달달구리함

1 cm의  맛.

거실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던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후다닥 방으로 뛰어갑니다.

자신만만하게 돌아 나오는 아이손에 들린 건 작은 초코비스킷 한 봉지.

알아봐 달라는 듯 손에 들고 파닥파닥 흔들길래 아는 척해봅니다.


"우와, 웬 과자야?"


내 물음에 아이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집니다.


"오늘 학교에서 받았어요. 우리 모둠이 모둠활동을 제일 잘해서 상으로 받은 거예요."


다다다다 말하는 아이 입이 소리를 겨우 따라가며 급하게  말을 뱉어 냅니다. 아이 마음이 엄청 급한가 봅니다. 저도 급하게, 아이만큼 오버해서 물어봅니다.


"오~! 어떤 활동이었는데?"


신이 나서 대답하는 아이 어깨가 들썩들썩합니다.


"일주일 동안 모둠별로 미션을 수행해서 별을 완성하는 거예요. 점 다섯 개만 찍혀있던 판에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선을 하나씩 연결해서 별을 만드는 거예요. 우리 모둠이 가장 먼저 완성했는데 내 생각에는 완성하는데 내 역할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뭔가 대놓고 자랑하는 일이 드문 아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 보면 모둠활동 미션을 완성하는데 아이의 공헌도(?)가 어떤 식으로든 컸던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축하해 주는 내 목소리도 따라서 커질 수밖에요.


"우와! 멋진데. 모둠 친구들에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서 엄청 뿌듯하겠다. 그  과자는 그냥 과자가 아니네. 우리 별이 노력이 팍팍 들어가서 맛나겠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는 과장 봉지를 뜯어 과자하나를 입에 쏙 넣더니 남은 과자봉지를 손에 꼭 쥐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십여분 뒤, 방문이 다시 열리더니 아이가 나옵니다. 아이 손에는 지름 2cm 남짓한 과자 하나가 들려 있습니다. 조용히 내 옆에 와서는 그 과자를 조심조심 반으로 자르기 시작합니다. 사람 얼굴 모양의 과자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게 집중해서 자릅니다. 그러더니,


"엄마, 이거 드세요. 내가 먹다가 엄마한테 안 드린 게 생각났어요. 이거 반은 엄마 거. 나머지 반은 아빠 거예요. 봉지에 2개 남았는데 그건 형아 수업 끝나고 오면 줄 거예요. 그러니까 그건 먹으면 안 돼요."


하고 말하며 입에 쏙 넣어줍니다.

아이가 노력했지만 살짝 삐뚤게 잘린 과자가 입안으로 들어옵니다. 텁텁하고 달큼한 초코 맛이 입안에 확 번져갑니다. 맛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사라져 버릴 만큼 적은 양이지만 그 안에서 섞이는 감정들을 오래오래 음미해 봅니다.


모둠 활동에 열심히 참여했을 아이 모습.

과자를 받고 기뻐했을 아이 표정.

내게 과자를 자랑하며 알아봐 주길 바랐을 아이 마음.

맛있게 먹다가 '아차' 싶은 마음에 얼른 쫓아와 내밀어준 과자에 담긴 미안함.

좋아하는 초코과자를 끝끝내 2개 남겨 형아에게 전하는 따뜻함.


아이가 넣어준 1cm의 달콤함에 입안에서 축제가 벌어집니다.

세상에 없을 달달구리함!

아이가 전해 준 1cm의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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