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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은 Jan 03. 2024

문이 막히면 담을 넘으면 되지 않습니까?

[담을 넘은 아이] 김정민

꿈꾸는 책 읽기 1.



오늘 소개하는 책은 동화 [담을 넘은 아이]입니다. 

이 책은 재미있는 그림도 없고 아이들이 관심있어 할 만한 트렌디한 소재도 아닙니다.

그저 작가가 던지는 질문의 묵직함이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 그 자체가 책의 얼굴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장녀 푸실이. 풀밭에서 낳았다고 이름이 '푸실이'.

어머니는 귀한 아들 '귀손이'의 약값을 받아쓰는 대가로 양반댁 젖어미로 들어가게 되고, 어미가 없어진 이름도 없는 젖먹이 여동생 '아기'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푸실이.

우연히 얻게 된 <여군자전> 이란 책을 통해 내재돼 있던 배움의 욕구에 눈 뜨고 세상에 눈 뜨게 되는 푸실이.

여군자전이 제시하는 삶의 방향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푸실이.

신분 차별에 눌리고, 성별 구분에 치이는 세상 모든 푸실이에게 전하는 메시지. '어찌 살 것입니까.'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멍한 울림에 한동안 책을 꼭 끌어안고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푸실이가 던진 질문이 끊임없이 가슴을 울리고 있었거든요.

양반댁 아씨이지만 성별구분 앞에 좌절하고 있던 아가씨에게 푸실이가 던진 말,


"문이 막히면 담을 넘으면 되지 않습니까? 저라면 담을 넘겠습니다."


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차별과 구분을 넘어 필요하다면 담을 넘어 힘차게 나아가리라!

푸실이가 던진 말은 책 속의 아가씨를 일깨우고, 사대부의 틀에 얽매여 고통스러워하던 아가씨의 아비인 '선비'의 마음에도 돌을 던지게 되지요.  또 책을 읽던 제 마음에도 바위를 던졌습니다. 어찌 살 것이냐!

결국, 선비는 "이제 아는 것은 아는 것 대로 행하는 것은 행하는 것 대로인 삶을 살지 않겠습니다." 하는 선언을 하게 되지요.


여군자전이란 책을 만나 스스로에게, 아가씨에게, 선비에게, 대감마님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푸실이.

그리고 책에 나오진 않았지만 '아기'를 포기했던 푸실이 부모에게도 전해졌을 울림. 

그리고 고스란히 독자인 내게도 전해진 울림.


'길은 정해져 있지 않아. 네가 가는 길이 곧 네 길이야.'

남이 보는 시선, 나 스스로 그은 한계, 여러 가지 핑계들 틈에서 '꿈꾸라고 등 떠미는 소리'가 여기 있습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가슴의 울림에 따라 한걸음, 또 한걸음 나아가 봅니다.

이 책을 읽는 모두가 푸실이가 되어 각자의 담을 넘기를!


이상, 아이에게 읽히려다가 내 가슴에 품어버린 책, [담을 넘은 아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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