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혜은 Dec 28. 2023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소리

톡. 토독. 투둑. 툭.

'삐그윽'

요즘 뻑뻑해져서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거슬리는 소리가 나는 아이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어서 '틱' 하는 욕실 불을 켜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뒤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욕실을 나섭니다. 한데 아이 방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계속 이어지더니 아이 걸음이 멈춘 곳은 아마도 거실 한쪽에 자리한 크리스마스트리 앞.

새벽 4시. 아이가 발견했습니다.


'부스럭. 툭. 부스럭부스럭.'


트리 앞에 놓인 선물을 만지작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자기 이름이 쓰인 선물을 쓰다듬고, 들었다 놨다 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립니다.

급하게 구한 종이포장지가 자꾸 찢어져서 포장하느라 애를 먹여 내 귀에 익숙해진 그 종이의 소리.

새벽의 정적을 가르는 그 소리가 너무 크다고 느꼈는지 소리가 움츠러듭니다.


'부시럭. 부시럭.............부시럭.부시럭.'


앞도 보고 뒤도 보고 '이걸 지금 뜯을까 말까' 고민하는 아이 마음이 그대로 소리에 묻어납니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톡' 테이프 뜯는 소리가 울립니다. '지금 뜯어봐야겠다.' 결심한 아이의 마음을 알리는 소리.

하지만 거실을 울리고 살짝 열린 안방 안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에 또 정적이 흐릅니다.


'토독' 두 번째 테이프 뜯는 소리는 좀 더 작고 조심스럽습니다. 힘주지만 살살 뜯어내는 모양새가 바로 그려집니다.


'토독. 즈으윽.' 테이프에 엉겨 붙어 함께 떨어지는 종이포장지 소리에 아이가 멈칫합니다. 하지만 끝내 '톡' 하고 세 번째 테이프도 떨어져 나갑니다.

그리고 조심스럽던 소리가 점점 커져 갑니다.


'부스럭. 톡. 부스럭. 톡.'


테이프 떼어내는 간격이 짧아집니다. 점점 커지고 점점 빨라지는 소리가 아이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나는 너를 빨리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포장하느라 붙인 테이프는 무려 20여 개. 

포장지가 자꾸 찢어져서 티 안 나게 공들여 포장한 게 아이에게 또 다른 선물이 되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란 선물을.


궁금해. '톡'

얼른 만나고 싶어. '토독'

너는 뭐니? '투두둑'

나는 올해도 멋진 어린이였구나. '툭'


테이프 하나 뜯을 때마다 아이 마음이 부푸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가족들 깰까 봐 '쫘악'시원하게 찢지 못하고 선물 앞에 앉아 꼬무락거리며 하나씩 테이프를 뜯어내는 동안 아이 마음이 꿈꾸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톡. 토독. 투둑. 툭. 

아이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소리.


크리스마스 새벽 4시. 

정적을 가르며 아이는 일 년을 기다려온 세상을 만나는 중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견문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