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당보다 무서운 저혈당

by 선데이

고혈당은 숫자로 온다. 결과지로, 경고로. 당장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미루고, 넘기고, 스스로를 속일 여지도 있다. 저혈당은 다르다. 지금 당장 온다. 몸이 먼저 무너지고, 생각이 그 뒤를 따른다. 대비할 시간도, 마음을 정리할 틈도 주지 않는다.


고혈당일 때 나는 비교적 멀쩡하다. 피곤하고 갈증이 나도 하루를 이어 갈 수는 있다. 하지만 저혈당이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이상하게 빨리 뛴다. 눈앞이 흐려지고, 머릿속이 비어 간다. ‘지금 뭔가 잘못됐다’는 감각이 먼저 온다. 무서운 건 통제가 사라진다는 느낌이다. 의식은 또렷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먹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고, 말을 하려는데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으며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진다.


그 몇 분이 아주 길게 느껴지고, 그사이에 드는 생각들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여기서 쓰러지면 어떡하지,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들이 쉼 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고혈당보다 저혈당이 더 무섭다. 고혈당은 관리의 문제지만 저혈당은 생존의 문제처럼 느껴지고, 장기적인 위험보다 지금 이 순간의 위협에 더 가깝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저혈당이 오면 무서움은 배가 된다. 지금 내가 멈추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몸을 더 빠르게 긴장시킨다. 한 번은 밤에 아이와 둘만 집에 있을 때였다. 아이 저녁을 챙겨주고 나는 아이가 남긴 걸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 그때 약을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습관적으로 약을 먹고 말았다. 평소보다 훨씬 적게 먹은 상태였고,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었다. 올라갈 혈당은 부족했는데 약은 그대로 작용했으니, 결국 저혈당 상태가 돼버렸다.


설거지를 하고 아이를 씻기고 나니 몸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 혈당을 재 보니 52가 나왔다. 70 이하만 되어도 저혈당이라고 하는데, 50대 숫자는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급한 대로 꿀을 한 숟가락 먹었는데, 아이가 옆에서 자기도 먹겠다고 떼를 썼다. 그 순간 더 아찔해졌다. 나는 이미 버티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아이를 달래야 했고, 설명도 해야 했으며,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만히 누워 있을 수도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 머릿속은 의식이 있을 때 119에 전화해야 하나, 뭐라고 말해야 하지, 주소는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쓰러지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구급차를 타게 되면 아이도 같이 데려갈 수 있는 걸까 같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내 병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아이와 단둘이 마주한 저혈당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공포스러웠다.


저혈당은 나를 겁쟁이로 만들었다. 끊임없이 몸 상태를 확인하게 만들었고, 괜찮은 날에도 언제든 괜찮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동시에 아주 사소한 행동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도 깨닫게 했다. 제때 먹고, 무리하지 않고, 이상 신호가 느껴지면 바로 멈추는 것. 예전 같으면 별일 아니었을 선택들이 이제는 나를 지키는 기준이 되었다.




저혈당은 혈액 속 당분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상태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혈당이 70 mg/dL 이하로 떨어질 때 증상이 나타난다. 저혈당은 주로 당뇨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인슐린 용량이 과도하거나 경구 혈당강하제를 많이 복용했을 때, 식사를 충분히 하지 못했을 때, 또는 갑작스럽게 운동량이 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저혈당 증상이 있을 때 대처법

1. 혈당 검사를 해서 혈당 수치를 확인한다.

2. 혈당이 70mg/dL 이하일 경우 흡수가 빠른 당을 15g 정도 섭취한다.

<설탕 또는 꿀 한 숟가락 / 주스 1/2잔 / 요구르트 1개 / 사탕 3~4개>

3. 15분 후 다시 혈당을 확인하고, 여전히 낮으면 당을 추가로 섭취한다.

4. 저혈당으로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음식이나 음료를 억지로 먹이려 하면 기도가 막힐 수 있어 위험하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 포도당 주사를 맞아야 한다.


저혈당에 도움 안 되는 당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 쿠키>

지방이 많은 음식은 지방이 당의 흡수를 느리게 해서 혈당이 늦게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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