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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창욱 May 11. 2016

유럽농업연수 7일차

지속가능한 마을과 생산자협동조합을 가다

이제 남은 일정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 도시와 국가를 떠나야하는 아쉬움과 나를 기다리는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기쁨이 교차하는 하루다.


오늘도 우린 가족과 공동체, 마을을 방문할 것이다. 프랑스 남부의 오래된 도시 켐텐은 조용하고 또 아름다운 도시지만 어제 히머박사를 만나는 저녁때는 소똥냄새가 너무 나서 힘들었다. 인근에 전부 농촌인데 날이 좋아 초지에 소똥을 살포하다보니 저녁바람을 타고 냄새가 도시에 퍼진 것이다. 한국같았으면 당장에 집단민원을 제기했을텐데 야외식당에서 식사하는 손님들은 아무렇지않게 웃고 떠들며 여유를 즐겼다.

5시가 넘으면 일반 상점들은 모구 문을 닫고 식당, 술집도 대개 10시전에는 문을 닫는듯하다. 밤새 술파는 곳도 없고 도시는 저녁이 되면 쥐죽은 듯이 고요하다.


오늘 방문지는 켐텐에서 차로 20분이면 갈수 있는 괴리스리드(1343명 거주,리드는 갈대란 뜻으로 보통 저지대)였고 군청소재지였다.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내 직업이 표시된 비가 있었는데 층층이 약국, 교회, 농사, 맥주, 사냥등등을 표시하고 있었다. 마을을 찾는 이에게 유용한 탑이면서도 뭔가 상징적인 느낌을 주었다.


우리를 맞이한 분은 마을관광협회 회장이었는데 아주 젊은 남자분이었다. 곧 여성군수님을 만날수 있었는데 워낙에 일을 잘 하여 연임을 하고 있다고. 전통의상을 입고 사무실에서부터 마을 곳곳을 돌며 직접 우리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1998년 바이에른주, 독일 전체 마을 평가에서 인정받아 금메달을 받았고 아름다움보다 미래가 있는 마을을 높게평가했다는 황석중 박사의 전언이다.

"우리마을은 더 아름답게 보여진다. 미래가 있다" 라는 문구가 돋보이는 이 마을은 700년된 마을로 1873년에 화재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타지역 마을은 인구가 줄어드는데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전업농가 숫자가 130호에서 28호로 줄어들고 농가별 면적은 반대로 늘어났다고. 아이러니하게도 미래가 있는 마을에 농부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더이상 후계자가 없거나 농사 지어서 답이 안나오는 농가는 부업을 찾았을 것이다. 우리가 연수한 대부분의 농가는 독일 오스트리아에선 일반 농가이면서도 거의가 가공분야에서 지역에 잘 알려진 곳이라 살림에 어려움은 없어 보였는데 그들 입에서도 우유값이 너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수 있었다. 결국엔 값하락을 만회할수 있는 대규모 땅을 보유하거나(보조금은 면적당 나온다) 농업생산물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거나 경관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일밖에는 없다.


작은 마을이지만 도시 미관관리, 도로정비, 상하수도 정리에 35프로 정도 보조금이 들어간다고. 아이들 교육시설(유치원 91년 오픈)이 잘되어있어 보통은 학생수가 줄어 폐교가 많이 생기는데도 1993년도에 학교재정비로 위기를 넘겼다. 동네에 은행, 우체국 이 없어졌으나 마트가 하나운영되며 불편함을 조금 덜었다고.

농촌마을이라 재정이 부족한데 왠만한 것은 동네사람들이 봉사, 자선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지역사회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의료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마을내에 치과, 내과, 수의사 총 3명의사가 있우나 작은 병원이 문을 닫아서 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 환자 후송시스템을 마련할 정도로 협력이 잘 되어있는데 급한 환자 발생시 28명 자원봉사자가 30분 이내 출동할 구급대원 조편성이 상시 운영되고 있다고.

함께 힘을 모으고 노력하지 않으면 참 해결하기 어려운 일인데 정부 지원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직접 대안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 마을이 왜 지속가능한 마을인지 알수 있었다.


<군수 집무실을 찾은 연수단. 방명록을 보니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했다>

지난해 13000명이 마을숙박하며 1주일이상 휴양하였다. 여러 자발적 협회가 운영되고 재활용품을 모아서 판매도 한다. 지역내 우유공장이 없어지며 직장을 잃은 주민들이 있는데  새로 물류운송용 헬리콥터를 만드는 회사를 유치하며 이를 타계하려고 하고 있다.

지역일자리가 줄었음에도 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인근도시로 출퇴근하는 가족들이 많이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25년사이에 30프로 인구증가하였다. 초등학교 학생수 100명, 유치원 52명이고 유치원 보육교사는 8명이다. 1년에 유치원에만 12000유로가 지원되었다.


우유공장이 문을 닫고 지방 세금이 줄어  동네사람들이 합심하여 태양광에너지발전도 하고 있는데 이 지역은 독일에서도 마을주민의 소득이 낮은편이지만 에너지자립이 96프로나 되고 풍력발전은 경관해친다고 안하지만 수력, 바이오, 태양광등 에너지원이 다양한 편이다.

자연경관뿐 아니라 몇백년된 주택은 정부에서 보존하는데 지원을 해주고 있고 마을내 난민 30명을 정부에서 할당받았으나 15명만 수용하여 함께 살고 있다. 마을내에 있는 공동주택에서 사는 난민들의 표정이 밝았다. 유치원에 다니는 난민아동은 2명으로 선생님들이 적응할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마을 숲체험은 큰 감동을 주었다>


유치원, 국민학교, 동네수력발전소, 마을음악당, 동네체육관과 운동장, 홍수대비댐, 마을수영장 & 양어장. 자연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는 숲길까지.. 시설면에서 활용면에서 너무나 훌륭했다. 특히 숲체험은 꼭 한번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숲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역독지가이자 전직 건축가 레오씨가 7년전부터 숲길을 만들어 매년 동료 3명과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그는 "없는 자원으로도 여유롭게 살수 있었다는 뜻을 후손에게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을을 떠나며 도시로 흡수될수도 있는 작은 마을이 지속가능한 이유는 마을 사람이 리더를 중심으로 잘 협력하여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엔 한국인들이 방명록에 글을 많이 남길 정도로 해외에도 많이 알려진듯하다.


생산자협동조합을 가는 길에 렌농가를 잠시 들렀다. 아버지가 그 사이에 은퇴를 하고 올해로 농업경영을 3년째 하는 아들이 농장주가 되어 있었다. 51헥타 젖소는 90마리, 50마리가 현재 젖을 짜고 있으니 독일 소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

우리가 방문할때 한창 액비를 초지에 뿌리고 있었는데 '독일에선 3살부터 아이를 트렉터에서 기른다'는 이야기를 눈으로 확인할수 있었다.


<트랙터에 탄 아이들>

<농기계 장난감들>

아이들 장난감이 모두 농기계여서 자식들이 부모의 직업을 승계하는데 정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전혀 거부감이 없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농민들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편이고 수입또한 직장인에 비해 반토막인 한국과 많이 달라 보였다.


은퇴한 렌씨의 차를 따라 뒤라커 생산자조합을 방문했다. 우리를 맞은 분은 도델 헤펠레 시의원이자 녹색당원. 조합도축장을 보여주며 조합이 없었던 20년전에는 농가별로 소가 문제가 있을때 긴급도살했으나 유럽연합 시설보조로 도축시설을 새로 만들고 조합도 만들게 되었다고.
개인이 잡아서 집에서 별도 판매, 가공하는 조합원이 있으나 조합에 판매할 경우 좋은 가격에 매입해준다고 한다. 1년에 소 250마리 도축하고 있고 육가공전문가 6명, 판매자가 5명, 1년에 매출 120만유로 한화 1,620,000,000원에 이른다.

320명 조합원이 연회비 10유로를 내는데 회원이면 10프로 싸게 구입할수 있다고 한다. 실제 생산자조합원은 50명일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지역사람들이라 한다.


조합운영에서 어려운 점은 육가공이 기피직업이 되어 도축, 가공 후계자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1주일에 소, 돼지 각각 700키로가 판매될 정도로 지역내에선 알려진 조합인데 후계양성이 어렵다고.

기피직업이야 어디든 있겠지만 독일인이 매일 먹는 소시지를 만드는 일에, 그것도 생산자 조합에서 후계자 재생산이 안된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큰 농장이 있거나 사무직으로 비교적 편하게 근무하는 상황이 아니라 기피하는 직업이라면 결국 이민자들이 새로 일자리를 얻게되지 않을까 싶다.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판매장>

오전엔 마을을 지켜낸 것이 몇몇의 리더와 마을사람의 협동이었다면 오후엔 협동에도 어려운 것이 바로 대를 잇는 사람을 만들거나 기피직업을 좋은 직업으로 만드는 일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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