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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미 Oct 30. 2020

그립고 그리운

제이피를 보내고 한동안 무척 힘들었다.


어느 날 동네 입구를  들어서는데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개 짖는 소리도 다 똑같지 않은데 영락없는 제이피 목소리 같아서 운전대를 잡고 엉엉 정신없이 울었다.

모습뿐 아니라 목소리도 그리움을 자극하는 줄 미처 몰랐다.


밤마다 혼자 침대로 갈 때는 다리가 휘청거리도록 허전했다.

어릴 땐 남편이 개를 데리고 자는 것을 금지했지만 

오줌도 가리고, 가스 사건 이후로 남편은 제이피를 극진히 아꼈다.

그래서 꼭 내 옆에서 같이 잤는데 곁에 없으니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제이피를 보내고 얼마 후 남편은 나를 너무나 걱정한 나머지 집을 떠나 여행 갈 것을 권유했고, 

작은 딸과 함께 급하게 서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2주의 여행 중 특히 관광버스에서 자주 눈물을 흘렸다.

바깥에 펼쳐지는 한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제이피가 몹시 그리웠다.

나는 박효신의 빅 팬이고,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서울까지도 갔었는데 버스 이동시간이 길어 지루함을 달래고자 

딸과 함께 박효신의 노래를 이어폰으로 나눠 들었다.


그때 마침 박효신의 타이틀 곡이 Lost 였는데 

그 곡도 좋았지만 ‘그립고 그리운’이라는 노래가 

너무나 내 마음 같아 들을 때마다 눈물을 쏟았다.



난 눈을 감아 널 생각해 
눈부셨던 기억이 햇살에 비춰 따뜻한데 
바람 곁에서 옷자락 날리면 손 붙잡고 걸었던 길도 여전히 난 그리워

유난히 맑았던 하늘, 날 웃게 한 너의 마음 
그 날을 기억해

사랑했는데 우리 둘이
왜 지난 얘기가 된 건지

나를 두고서 가지 말라고 
널 안고 꼭 말해 줄 걸

다시 날 사랑해줄 그때로
그 시간으로 돌아가
네가 너무 보고 싶은데

유난히 밝았던 표정, 해맑은 너의 얼굴
사랑을 말하던 두 눈, 사랑을 말했던 그 두 눈
너무 예뻤는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
그리운 너의 사랑을
너무 아름답던 너의 모습
잊지 않을게

박효신 5집 <The Breeze Of Sea>
‘그립고 그리운' 중

한국에 돌아온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딸이 있는 하와이로 다시 떠났다.

그곳에서도 우울했고 우연히 딸의 지인 집에 놀러 갔다가 새끼를 낳은 여러 마리의 강아지를 보고 또 눈물을 쏟았다.

딸이 보다 못해서 여행을 시켜주며 나를 위로했지만 그 즐거움도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


그렇게 3달 가까이를 떠돌이처럼 헤맨 후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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