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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미 Nov 05. 2020

다리 수술

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하다

삐삐가 8살 되던 2016년 8월,

동네 병원에서 종합검사를 했다.


건강하다고 해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미장원 원장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제이피처럼 늙어가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잘 먹고 놀고 장난도 잘 쳤다.


삐삐는 아빠를 따랐는데 나와는 장난을 치지 않고 놀 때는 아빠와 심하게 몸싸움을 하며  놀았다.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아서 공이나 인형을 사다 줘도 쳐다보지도 않는데 비해

아빠와는 손을 물어뜯고 도망치고 덤비고 심하게 놀았다.


삐삐는 장이 약한지 간혹 탈이 났는데 간식도 제이피가 즐겨먹던 음식과 다르고  

육포도 다른 것을 먹으면 탈이 났다.

그리고 어쩌다 탈이 나면 절대로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고기를 코앞에 대어도 피하고 먹지 않는데 그 의지가 대단해서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놀라웠다.


삐삐의 배를 문질러주는 나

결국 설사나 무른 똥을 누고 난 후 속이 편해지면 음식을 먹었다.

주로 한나절 정도 금식을 했는데 나는 삐삐가 먹지 못하면 애가 타서 안절부절못하다가 밥그릇이 비면 안도했다.

배탈이 나면 밖으로 들릴 정도로 배에서 꼬르륵

큰 소리가 났고 나는 따뜻하게 손바닥을 비벼 가며 배를 열심히 문질러 주었다.

하루를 넘게 금식하면 병원에 데리고 갈 생각이었지만 주로 하루 금식 후에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갔다.

그 외에는 큰 탈 한번 없이 잘 지냈기에 정말 건강한 녀석을 데리고 와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2017년 음력 설날,

상을 차리는데 삐삐가 뒷다리 한쪽을 바닥에 딛지 않고 이상하게 걸었다.

다리가 불편한 듯 보였지만 무심코 넘겼다.

늘 그런 것도 아니고 산책을 하면 잘 걷고 평소와 다름없어 다리에 이상이 생긴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제이피는 관절염 진단을 받았지만 다리를 절지 않았고, 그 경험으로 삐삐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없도록 늘 신경을 썼기에 다리 쪽에 이상이 생길 거라 상상을 안 했다.


동네 병원에 가서 사진도 찍고 촉진도 했지만 의사는 알아내지 못했다.

또 신기하게 병원에 가면 멀쩡하게 걸으니 마치 꾀병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삐삐가 몸이 불편한 듯 음식도 안 먹고 자기 집에서 꼼짝 안 하고 누워만 있으니

중병이다 싶어 큰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삐삐는 그 병원에 가서도 멀쩡하게 걸었다.

x-ray 사진을 찍고 촉진을 하자 의사가 아무래도 디스크가 아닐까 했다.

디스크는 몸이 마비되고 대부분 죽는다고 하면서 정확히 알아보려면

MRI를 찍어봐야 하는데 부산에 그 기계가 있는 병원이 단 두 곳뿐 이라고 했다.

작은 딸이 열심히 여기저기 알아보며 많은 도움을 줬는데 사진 찍는 것도 비싼 돈이 들지만

무엇보다 개가 힘들어서 죽을 고생을 하니 되도록 당장은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정보를 주었다.


일단 이곳도 큰 병원이라 의사를 믿고 그가 주는 약을 며칠간 먹여보기로 했다.

스테로이드제는 진통제 역할을 하는데 몸무게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을 거라고 했지만

약을 먹여보니 괜찮은 것 같아 다시 더 처방받았다.

하지만 크게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의사는 뭔가 미심쩍어 다른 외과 의사에게 삐삐를 보여주었고

그 의사가 십자인대 파열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이 병원은 내과, 외과 분야가 따로 있는 큰 동물병원이었는데

내가 다리 쪽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바람에 처음 무작위로 내과 의사로 연결이 되었고

그가 잘 몰라 오진을 했던 것이었다.

십자인대 파열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스테로이드제까지 쓴 사실이 안타깝고 속상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병원에 많은 개들이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데

대부분 다리 쪽 수술을 한 개 이거나 그런 일로 오는 환자였다.

주로 슬개골 탈구나 인대 파열로 오는 강아지 손님인데

그때 만해도 다리 쪽에 문제가 많은 개들이 그렇게 많은지 전혀 몰랐다.


결국 삐삐는 2017년 3월 21일 다리 수술을 했다.

(+ 삐삐는 인공인대 수술로 뼈에 구멍을 뚫어 실로 거는 방법으로 하였다.

낚싯줄 같은 줄이 3줄 들어가는데 20x3 60킬로가 넘어도 끄떡없다고 했다.

십자인대 파열 견주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참고로 적었다.)


나는 수술을 끝마치고 삐삐가 마취에서 깨어날 때쯤 보러 갔다.

비몽사몽간에 정신이 덜 깬 상태인데 내가 이름을 부르니 삐삐가 나에게 오려고 벌떡 일어났다.

남편은 삐삐가 흥분하면 안 된다고 말리며 나를 떼어 놓았고 마음이 조급하여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곁에 있고 싶었지만 움직이면 안 된다고 의사가 주의를 주었고,

일주일 간격으로 3주간 드레싱을 하고 검사도 하는데 목에 칼라를 두르고 지내야 하는 것은 물론  

흥분해서 움직이거나 뛰면 재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으니

집에서는 펜스를 쳐놓고 작은 공간에 가두어 놓고 지내라고 했다.

수술 한 지 2- 3일  지나면 퇴원을 하는데 삐삐가 가만히 있지 못하는 녀석이고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차라리 병원에 더 입원시키자고 남편이 제안을 했다.

애가 탔지만 수술 후 관리를 잘 못해서 재수술을 받는 개도 있다고 하니 꾹 참고 병원에 5일을 입원시켰다.

다음날도 병원에 가서 면회를 하려 했지만 내가 곁에 가면 다시 움직일 것 같아

먼발치에서만 삐삐를 바라보았다.


삐삐가 털을 깎고 많은 개들 속에 있으니 금방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삐삐를 이내 찾았고 삐삐는 내가 자기를 쳐다보는지 모르는 채

작은 유리창 입원실에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삐삐의 눈은 분명 누군가를 찾고 기다리고 있다는 걸 나는 알 수 있었다.

밖을 내다보며 나를 기다린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럴수록 곁으로 갈 수가 없었다.

대신 매일 밤마다 전화로 삐삐 안부를 물었다.

그곳은 24시간 병원이고 당직 의사며 간호사가 늘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의 대답은 아주 잘 지내고 밥도 잘 먹고 있다고 했는데

두고두고 그날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눈빛을 잊지 못하고 후회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병원에 와서 링거를 맞는 강아지를 안고 몇 시간씩 같이 지내다가 돌아가는 것을 몰랐다.


남보다 3일을 더 입원실에 맡기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삐삐가 잘 견뎌 주었다.

드디어 퇴원하여 병원에서 데리고 온  날 손주가 쓰던 펜스를 거실에 크게 두르고

바닥에 매트를 깔아 큰 울타리를 만들어 집에서의  첫날밤을  곁에서 같이 잤다.

남편이 알면 난리가 났겠지만 마침 남편이 출장 중이라 바닥에서 같이 잤는데

나는 자면서도 내 옆에 삐삐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아마 삐삐도 모처럼  내가 곁에 있는 것에 안심하고 푹 잠을 잤을 것이다.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온 삐삐


삐삐가 입원해있는 동안 밖에 나가면서 산책하는 개를 보면 눈물이 났다.

부럽고 우리 삐삐는 언제 다시 잘 걸을 수 있을까? 막막했다.

그런 시간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씩 3주마다 병원에 다니고

소독하고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서 그럭저럭 한 달이 지나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삐삐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운동을 시켜야 근육이 튼튼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산책에 더 집중했다.

어느덧 수술한 사실도 잊어버릴 만큼 평소와 다름없이 잘 지냈다.

삐삐는 침대 위 내 곁에서 함께 잤는데 그때부터 주의를 기울여서

침대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습관을 들였다.

7년여 동안 침대에서 자던 녀석을 갑자기 떼어 놓을 수 있을지 생각도 못했는데

수술하면서 침대 밑에서 자다 보니 자연스레  버릇이 들었다.

고집이 센 녀석이라 절대로  억지로  떼어 놓지 못할 줄 알았는데

마침 그때가  그런 적절한 타이밍이었나 보다.


삐삐의 바닥생활
다시 산책을 즐기는 삐삐


보통 침대를 오르내리면 다리에 무리가 가고 바닥을 뛰어내릴 때

바닥의 충격을 걱정하여  침대 밑에 매트를 깔아주었다.

계단을 만들어 주는 집도 많은데 계단보다 직접 침대로 뛰어오를 것을 걱정하여 아예 밑에서 재웠다.

집의 소파도 없애 버리고 하나 놔둔 의자 위로는 일체 올라가지 못하게 했으며  

병원에 갈 때마다 발바닥 털을 밀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을 했다.

미장원 바닥도 타일이라 미끄러웠고 우리 집 바닥도 개가 살기에 얼마나 미끄러운지 진작 느꼈어야 했다.


수술 후 잘 지내던 중 언젠가부터 삐삐 코가 축축하지 않았다.

개 코는 늘 촉촉하게 물기가 있어야  건강하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조금 걱정스러웠다.

산책을  좋아하던 녀석이 가끔 바깥에 나가면 버티고 서서 걷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그것도 이상했다.

그때가 여름이라 날이 더워서 그런 줄 알고 집에  돌아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안고 어느 정도 가다가 내려놓으면 다시 잘 움직였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서 다시 그 병원에 갔다.

그런데 수술한 의사는 이미 그곳을 그만둔 상태였고, 우리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와 이렇게 슬픈 인연을 이어갈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


삐삐의 바닥 생활 2



마음껏 뛰어 올라갈 때가 좋았는데.. 삐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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