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닫힌 문 앞에서

신뢰가 무너진 자리

by 또또치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한 사건을 상담하게 되었다.


'A(그)는 휴가 중이었다. 회사는 휴가 중인 그에게 이제 그만 출근하라며 차례 출근명령 우편을 보냈다. 그러나, 당시 그는 폐문부재(‘문이 닫혀 있고 사람이 부재중’이라는 뜻으로, 경매·법원 송달·우체국 배송에서 방문 시 수취인이 없을 때 쓰는 표현)로 등기우편을 받지 못했다. 리고 그는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해고가 었다.'


나는 그 사건을 수임하기로 하였고, 해당 사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자세한 사실관계는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므로 생략하겠다.)


그 의뢰인은 너무나 감사한다며 고마움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보수 지급 시기를 미뤄달라며 요청했다. 개업초기였고 처음 겪는 상황이라 순진하게 그 말을 믿고 기다렸다. 는 나의 순진한 태도에 더욱 힘을 받았는지, 그렇게 수 차례 미루기를 이어나갔다. 수 주간 통화와 언쟁이 오고 갔음에도 수는 정산되지 않았다. 모든 게 막무가내였다. 당시 사무보조원분도 없을 때라 내가 직접 모든 소통을 해야 했다.당시 나는 모멸감, 억울함, 배신감 등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고 인간에 대한 환멸감도 느꼈던 것 같다.


받지 못한 보수보다 당장 변호사에게 지불해야 하는 소송비용이 몇 배는 더 나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했다. 그 당시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해 왔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내가 변호사로부터 자주 전달받은 내용은 "폐문부재"였다. 덕분에 소송 과정이 참 지난했다. 이쯤 되니 사건 당시 힘차게 주장했던 폐문부재에 대해서까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신뢰가 너진 탓이겠지.


무너진 신뢰 앞에서, 내 마음 또한 폐문부재였다.



PS. 고로 지난한 소송 끝에 보수는 모두 정산 받았다. 일의 성과에 따라 보수 지급이 이루어지는 우리 일의 특성상, 일을 다 하고도 보수 지급이 미뤄지거나 감액을 요청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위 사례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소송까지 나아가 본 적이 없다. 미안한 목소리로 사정을 설명하시는 상황에서 얼굴 붉힐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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